어릴 때 가장 큰 소원은 나이를 먹고, 키가 크는 것이다. 그리고 체중도 많이 불어나길 바라면서 날마다 벽에 눈금을 그어 놓고 키를 재고, 체중기에 오른다. 체중이 가벼운 아이는 기구를 구석진 곳에 두고 남몰래 혼자만 알기를 원하고 남이 아는 것을 창피한 것으로 여긴다. 그런데 세월이 가면 신체에 체형의 변화가 온다. 남자 아이는 체중이 느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지만 여자아이는 중학생 쯤만 되도 체중에 대한 수치를 감추고 혼자만 아는 비밀이다. 자라서 키도, 체중도, 성인에 달하면, 사회적 요소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용모와 체형에 대해 각별한 신경을 쓰는 시대가 온다. 한 때는 차별주의가 성행하여 선발대회나 채용시험에 적잖게 적용된 일이 있다. 아직도 근절될 수는 없지만 많이 완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차별주의의 대표적인 것이 나이, 학력, 남·여, 용모, 체형 등이 많은 제한을 받아왔다. 특히 체형은 몸무게나 용모에 국한된 것이어서 거기에 해당되는 본인은 정말 곤욕스럽고 채용된 뒤에도 직종에 따라 과다 몸무게가 승진이나 진급에 여전히 관계하고 있는 현실이다. 사람의 생각은 상대적인 것이 많이 작용한다. 키 큰 사람은 키 작은 사람을 좋아하고 체격이 여윈 사람은 뚱뚱해지길 바라고 뚱보는 날씬해 지기를 원한다. 얼마 전 어느 신문의 통계조사에 의하면 소득이 낮을수록 자녀의 비만지수가 높다는 현상이다. 간단한 이유로 먹고 살기에 바쁜 부모님들이 자녀의 식사에 소홀히 하다보니 자녀들은 혼자서 먹기 쉬운 인스턴트 음식을 많이 먹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불규칙한 식사시간과도 관계가 되며 식습관이 나빠도 무관심한 것이 그 이유중에 하나라 한다. 이러한 현상이 오래 지속되면 전문가의 말대로 가난-비만-질병-가난으로 악순환의 고리가 지속된다고 한다. 옛날에는 부자인지, 가난한 사람인지 체격을 보고 판단했지만 ‘부유할 수록 몸피가 넉넉하다’는 말은 이미 흘러간 얘기다. 이제는 ‘가난하면 뚱뚱하고 잘살면 날씬하다’는 공식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계층에 따라 비만지수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소득층 아이들은 식사시간의 무분별, 그리고 과식한 뒤 운동하지 않고 방에서 tv시청이나 게임에 몰두하다보니 운동량이 적다. 반대로 잘 먹은 균형잡힌 부잣집 아이는 규칙적인 시간과 골고루든 식단으로 몸을 생각하는 음식을 섭취하고 꾸준한 운동을 성실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못 먹어도 뚱뚱한 아이는 없는 집 아이이고 잘 먹어도 비만하지 않은 부잣집 아이로 구별된다고 한다. 계층격차가 외모 격차로, 소득의 양극화가 몸의 양극화로 된다. 손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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