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의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는 꿈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웅변으로 보여준 한편의 드라마였다. 10여년전 감자밭이 전부였던 이곳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나섰을 때 우리 국민들도 과연 성사될 수 있을까 반신반의 했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 두 차례에 걸친 유치실패로 이어졌고 마침내 2전3기의 신화를 일궈낸 것이다.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는 과거 올림픽과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유치와는 사뭇 다른 의미를 갖는다. 좌절을 딛고 꿈은 이루어진다는 의지를 실현시킨 것이 그러하고 치열하고 치밀한 준비가 그러하다. 무엇보다 뜻 깊은 것은 우리의 경쟁력이 세계열강과 견줘도 될 만큼 성숙했다는 것이다. IOC위원들과 준비위의 활동이 눈부셨고 스포츠스타들의 적절한 외교력도 큰 몫을 했다. 무엇보다 돋보인 것은 IOC위원들의 표심을 사로잡은 기획력이었고 그것은 프리젠테이션에서 빛났다. 막판 대통령의 현지외교와 PT는 평창유치의 플러스 알파 역할을 했다. 모두가 치열하고 완벽한 조화와 준비가 만들어낸 신화였다.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는 우리에게 큰 의미를 안겨주고 있다. 스포츠 그랜드슬램을 이룬 것이 그렇다. 세계에서 여섯 번째이다. 특히 이번 유치성공은 독일, 프랑스 등 세계의 중심이자 스포츠 강국과의 대결에서 얻은 결실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스포츠의 변방에서 중심에 당당히 설 수 있게 된 것 뿐만아니라 그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굳이 국격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세계는 이미 대한민국을 열강과 선진대국과 나란히 두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결과였다. 감자밭의 기적은 20조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 온다고 한다. 물론 평창일대를 스포츠 특구로 지정해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지만 이제는 스포츠마케팅이 커다란 시너지효과를 불러오는 비즈니스로 자리잡고 있다. 고용효과도 뛰어나 2만여명의 고용이 기대되고 있다. 스포츠 외적인 부문에서도 엄청난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돼 모두가 부러운 시선이다. 그러나 2018년 우리나라의 경제전망은 그다지 맑지 않다. 사회전반의 고령화추세와 저출산, 반값등록금에서 비롯된 교육복지, 의료비 보조, 보편적 사회복지 등으로 국가경제는 일본을 닮은 ‘악어그래프’로 이행될 공산이 크다. 기획경제부의 장기 경기전망도 그 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계올림픽 개최는 침체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는 좋은 전기가 될 수 있다. 유치준비가 면밀했던 것처럼 대회성공과 시너지효과 극대화도 완벽을 기해야 한다. 범국가적으로 나서 관련 산업을 부양하고 내수를 진작시키고 외국의 자본을 유치하고 수출을 증대시키는 것도 동계올림픽의 중요한 과제이다. 특히 국제경제와 연계한 마케팅은 대회의 성공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그것이 평창올림픽의 과제이다. 이번 동계올림픽유치에서 우리가 내세운 명분은 스포츠의 변방나라가 없는 새 지평을 열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동계올림픽은 세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나라가 참여하는 반쪽대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아프리카의 빈국들은 대부분이 동계스포츠의 불모지였다. 우리는 그것을 과감히 떨쳐내고 동계올림픽에 새 지평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그 약속은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세계와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도 그러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 강원도에 겨울 스포츠교실을 열고 아프리카 등 각국의 꿈나무들을 훈련시켜 온 시스템이 그것이다. 2018년에는 그런 꿈나무들이 꿈을 이룰 수 있어야 하고 스포츠 후진국들도 평창을 즐길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그러한 일련의 시도가 ‘평창정신’으로 승화될 때 대회유치의 의미는 더욱 증대될 것이다. 동계올림픽의 평창유치는 하나의 신화다. 우리는 이런 신화를 국격을 높이고 국가발전을 꾀하는 하나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 신화는 그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유치과정이 그것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감자밭신화는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 2018년 역사적인 대회 팡파르가 울리고 성화가 꺼질때까지. 변린 객원 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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