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현안은 물가문제이다. 잇따른 이상기후와 구제역 등 비정상적 요인도 있지만 근본적인 정책부재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당초 설정한 저지선이 상향 조정되면서 경제성장률도 하향 조정되고 국민소득은 물가상승으로 2만불 시대 회복이 무색해졌다. 공약으로 내세운 747은 구두선에 그치게 됐으나 물가는 아직도 진정국면에서 벗어나 있다. 하반기에 들어서는 교통요금과 수도료 등 각종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을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가 내놓은 조사결과가 관심을 끈다. E마트에서 팔고 있는 상품의 판매를 지수화한 통계가 그것인데 여기에서는 미묘한 소비패턴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국산 대신 값이 싼 수입품, 냉장 대신 냉동, 제철 과일 대신 수입산 과일 등 소비패턴이 점차 대체제 쪽으로 이행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는 돼지고기이다. 국산의 판매지수는 77.3인데 비해 수입산은 738.3으로 수직상승했다. 국산돼지의 폭등으로 수입돼지를 먹는 사람이 7배나 늘어났다는 결론이다.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잡혀 시장에 나오는 고등어도 가격이 턱없이 올라 생물 소비지수는 83.3인데 견줘 수입산 냉동 고등어는 212.2로 뛰어 올랐다. 수박, 참외, 복숭아 등 제철 과일 보다 값이 싼 바나나, 아보카드, 망고, 체리 등 수입산 과일의 소비는 20% 이상 늘어났다. 밀가루, 설탕 등의 원자재 인상을 빌미로 최고 25%까지 가격이 인상된 과자류의 소비도 지수 100이하로 떨어졌다. 기름값 인상 이후 연료첨가제의 소비가 2배 이상 늘어난 것도 고물가시대의 세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한 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서 가격이 비싸도 국산을 사용하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53.3%로 국민의 절반가량에 불과했다는 것은 소비패턴의 변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신토불이를 내세워 국산 소비운동을 펼쳐 기로에 선 농촌을 보호해온 국민운동도 이제는 기로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가의 고공행진은 FTA 이후 우리 나라의 시장구조를 양극화 시킬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유기농과 찬환경은 가진자들의 소비를 충족시키고 값싼 수입산 농산물이 재래시장을 점령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아니면 수입산 전문매장과 별도의 수입산코너가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에게 친숙해 질 것이라는 전망인 것이다. 대체제의 소비증가는 그만큼 생활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 한다 입맛에 맞는 질좋은 제품대신에 맛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국산에 비해 질은 낮지만 값싼 소비재를 찾아나서는 상황을 계상해 본다면 제조업체나 유통업체는 이제 소비자들을 그대로 묶어둘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적정마진 폭을 조정하는 구조조정을 의미한다. 소비재는 중국과 동남아에서 들여오고 농산물은 칠레나 호주 등에서 들여다 쓰는 세상이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우리 나라의 물가가 그들에 비해 훨씬 비싸고 채산성이 있어 수입산의 국내시장 점령은 이제 시간문제이다. 한번 빼앗긴 시장을 되돌려 놓기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고 국민의 기호를 바꾸기도 힘들어진다.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 물가에 대한 국민의 저항이다. 소비자 운동으로 이어져 가격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불공정거래를 따지며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물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인다면 생산과 유통업체들도 무관하게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나라의 음식물낭비는 선진국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생활물가의 고공행진을 잡기위한 방편으로 물건의 포장을 대폭 개선하면 어떨까. 1인가구가 4백만을 넘는 시대에 1인용 포장을 늘리고 2인용, 3인용으로 세분화해서 소비자의 가격부담을 줄이고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낭비를 줄인다면 1석2조일 것이다. 소비자 운동은 저항하고 감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캠페인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대중적 지혜도 필요하다. 낭비요소를 제거하면 물가가 오른 만큼의 부담은 충분히 흡수하고도 남을 것이다. 아끼고 낭비하지 않고 버리지 않는다는 의식개획과 캠페인에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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