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우리말 가운데 ‘만족’이란 말을 가장 좋아한다. 하는 일이 만족하고, 늘 만족만 생각하고 산다. 불만스런 때도 많지만,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만 해도 다행스럽고, 가난하지만 늘 나보다 못한 사람을 생각하며 살다보면 자연적 만족스러워진다. 그렇게 주장하면서 사는 것이 성인군자인 것 같지만 그것은 결코 아니다. 내 분수에 맞춰 사는 것이 내 삶의 방향이기 때문이다. 분수를 알고 주제를 파악하면 사는 것이 편안하기 때문이다. 재산도 없고 마음이 가난한 자가 오히려 행복하다고 한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행복은 자주(自主)요, 자족 속에 있다”고 했다. 플라톤도 “부자는 선량할 수가 없다. 선량하지 못하면 행복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사람의 행복에 대한 욕심은 한이 없지만 공통된 인간의 욕심은 쓸만한 재산이 있고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이고 이웃에 사람이 있어 언제나 함께 즐기는 것이라 했다. 우리나라 문학사상 최초의 가사작품인 ‘상춘곡’은 조선시대에 단종이 왕위를 빼앗기자 벼슬을 버리고 향리인 전북 태인에 은거하면서 봄경치를 읊은 글에서 저자 정극인은 의미심장한 작품을 남겼다. ‘공리(功利)와 명예도 나를 꺼리고 부귀도 영화도 나를 꺼리니 맑은 바람, 밝은 달, 이 같은 아름다운 자연 외에 어떤 친구가 있겠는가? 청빈한 시골 생활에 번거로운 생각 아니하네. 아무튼 한 평생 즐겁게 지내는 일이 이만하면 흡족하지 아니한가.’ 비록 가난하지만 강산풍월을 벗하여 사는 풍요로운 마음, 이것은 어떤 권세나 황금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그런즉 강산풍월을 벗하여 그 속에서 지락(至樂)을 누리고 있는 학자의 눈에는 뜬 구름과 같은 부귀와 권세는 한 푼어치의 값어치도 없는 것처럼 보였을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서 ‘백년행락’이란 말이 나왔다. 백년행락(百年行樂)은 백년동안을 즐거이 지낸다는 뜻으로 백년은 한평생을 의미한 말 인즉 한평생을 아무런 근심 걱정없이 행복하게 지내는 것을 뜻한다. 공자님도 제자 안회를 향해서 “한주먹 밥과 한 사발 물을 마시며 누추한 곳에 살고 있는 그의 빈곤한 삶이 오히려 행복해 보인다”고 그를 칭찬했다. 겨우 목숨 유지할 식량과 오두막집에 산다는 것은 누구나 그러한 고생은 견디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안회는 마음의 동요 없이 깨달은 진리 속에 즐거워하고 있었기에 공자님 조차도 제자의 강직한 성품에 찬사를 보내면서 격려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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