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중부지방에 쏟아진 물폭탄은 미증유의 피해를 불러왔다. 태풍이 아닌 집중호우로 입은 피해로는 전대미문이다. 짧은 기간에 일년 강수량의 절반가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그만큼 피해도 컸다. 서울시에는 6일간 501mm가 퍼부었다. 완만해 산사태 우려가 없다던 숲으로 둘러 쌓인 우면산이 무너져 내린 것은 잦은 비로 더 이상 수량을 흡수하지 못해 발생한 산사태다. 이같은 현상은 서울은 물론 중부지방 곳곳에서 나타났다.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는 국지성 호우는 마치 적도와 아열대성 기후의 전형인 스콜을 닮아 중부지방 곳곳을 옮겨 다니며 비를 뿌렸다. 기상당국은 장마가 끝났다고 했지만 지금 계속되고 있는 기상을 보면 장마의 연속이다. 이른 장마가 지나갔다는 안도감에 본격 휴가철에 접어 들었던 한반도에 물폭탄을 쏟아 부은 것을 보면 장마전선은 아직도 건재하다. 사할린 쪽에 자리잡고 있는 고기압이 남서쪽에서 유입된 덥고 습한 공기층을 한반도 상공에 가두어 질긴 장마의 수명을 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후는 분명 변하고 있다. 최근들어 시간당 30mm가 넘는 국지성 호우가 내린 횟수가 에전 보다 2~3배나 늘어났다. 이른 장마도 이변에 속한다. 강수량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도 기후변화의 한 패턴이다. 한반도 전체의 평균기온의 상승으로 바다의 생물분포도 달라지고 있다. 대형가오리 등 아열대성 어족이 연근해에서 나타나고 한대성어족은 사라져 바다의 수형을 바꾸고 있다. 땅에도 식물분포도가 점차 북상하고 종전 잘됐던 작물이 흉년을 거듭하는 반면 새로 도입한 아열대성 식물과 과일이 풍작을 누리고 있다. 기후변화는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장바구니 물가는 기후변화로 인한 과채류의 흉작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증유의 국지성호우로 인한 피해는 우리에게 치유할 수 없는 아픔을 안겨줬다. 산사태로 봉사활동에 나선 10명의 젊은 피가 희생됐고 수십명이 흘러내린 흙더미에 파묻혀 유명을 달리했다.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은 엄청나 이제 막대한 예산을 들여 복구하는 일이 남았다. 매년 재해복구예산이 늘어나고 그것도 모자라 예비비 사용까지 하는 형국이다. 태풍과 장마가 할퀴고 가면 의례 전국민적 모금운동을 벌이는 것도 일상화 됐다. 이번 장마와 국지성 호우는 추석물가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식탁에 오를 과채류가 너무 많이 내린 비에 짓물려 출하량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값은 예년과 같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이상 기후로 인한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또다시 변고를 맞은 것이다. 비축물량으로는 조절기능을 상실해 또다시 외국산을 수입해야 할 상황이며 제사상에는 수입산 과채류가 올라가야 할 형편이다. 정부가 내세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이 기후라고 하면 너무 지나친 판단일까. 아니다. 천재는 어느 정도 줄일 수는 있어도 막을 수는 없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러한 논리도 설득력을 갖는다. 최근의 천재지변과 기후변화는 우리의 국가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이다. 우선 국토의 유지관리를 새로운 기상변화에 맞도록 강화해야 한다. 특히 산야의 개발은 많은 수량을 흡수하거냐 흘러 보낼 수 있는 아열대성으로 전환하고 도시의 하수구 처리용량도 늘려 국지성 집중호우에 대비해야 한다. 건물의 지하층도 물폭탄에 대비한 장치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4대강 살리기로 홍수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고 빗물의 수용이 많아졌지만 지류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물에 대한 대책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흉작을 천재지변이라고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걸맞는 품종을 개발하고 아니면 작목변경을 꾀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바다환경도 마찬가지이다. 가장 서민적이고 값싼 고등어가 금등어가 됐고 명태는 귀족어족이 된 현실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사계절이 뚜렷하고 삼한사온이 긴 겨울을 견디게 하는 기후 좋은 나라가 아니다. 해마다 덮치는 재해에 시달리고 피해에 눈물 흘린다. 국가의 기조를 기후변화에 맞추는 일대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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