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대 미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올려놓은 강골의 레이건 전 미국대통령은 그의 나이 83세에 알츠하이머에 걸려 93세를 일기로 타계하기까지 이 병으로 고생했다. 그는 알츠하이머에 걸리자 ‘나의 사랑하는 미국인에게’라는 제목으로 쓴 편지를 통해 자신이 치매에 걸린 것을 알리고 나는 지금 내 인생의 황혼으로 가는 여행을 시작하고 있으나 미국의 앞날은 언제나 밝은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할리우드의 배우에서 정치인으로 변신,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거쳐 1980년과 84년 미국대통령선거 공화당후보로 나서 내리 당선된 미국의 40대 대통령. ‘위대한 전달자‘라는 별명이 말하듯 국민의 감성에 호소하는 연설이 탁월했던 정치인, 구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규정하고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던 레이건의 치매는 당시 미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던져 주었다. 알츠하이머는 건망증과 혼돈상태를 거쳐 결국 치매에 이르는 신경계통의 진행성 불치병으로 알려져 있다. 건망증에서 기억상실로, 예측불가능한 행동과 인격파탄으로 이어져 마침내 죽음에 이르는 것이 치매이다. 미국은 레이건의 발병으로 치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관련 의술의 발달과 치매와 관련된 사회보장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는 고려장이 치매환자의 처리 방법이었고 여진족이나 피지족은 보쌈을 하여 화살로 쏘거나 생매장하는 것이 치매에 걸린 부모에게 효도하는 방법으로 여겼다. 아프리카의 반투족은 노인이 치매에 걸리면 반인반신으로 여겨 공경함으로써 효도하는 법을 후손에게 가르치기도 했다고 한다. 나이들어 길을 자주 잃는 치매현상을 톨스토이치매라 하고 걸핏하면 소녀처럼 우는 치매를 괴태치매라 하는 것도 그들이 말년에 심각한 치매를 앓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일시적으로는 희망이 사라졌을 때 집단적으로 치매증상이 발생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독일의 패전희망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자 포로들이 집단치매를 앓았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치매는 노인성 질환이라는게 정설이다. 미국에서는 5백만명, 우리나라에서도 40만 이상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치매환자이다. 대부분의 환자가 65세 이상이지만 40·50대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치매는 뇌의 신경세포가 퇴화하거나 뇌가 축소되는데서 생긴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이다. 의학자들은 신경막이 악화돼 칼슘이 과다 유입되면서 세포를 죽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고독과 소외감이 이 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그래서 우리의 전통가족제도가 이상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제는 우리의 가족제도도 무너져 치매는 거의 무방비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도 지난 6월 치매법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2월부터 발효된다. 치매센터를 세우고 대책과 실행은 물론 치매의 연구개발과 의료비지원 등이 가시적으로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매에 대한 연구이다. 지금도 2백만이 치매의 볼모가 되어있다는 조사통계는 그만큼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일본은 아세틴콜린의 량을 증가시키거나 유전자 재조합기술을 개발, 치매치료에 나서고 있다. 미국도 레이건의 발병이후 신경성장인자라는 뇌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약품을 개발하는 중이다. 그러나 우리는 치매에 관한한 쌓인 노하우가 없다. 치매전문병원도 하나 없다. 이제 겨우 치매법을 발효시킨 단계이다. 미국과 일본의 공동연구팀이 치매마우스를 개발, 개발, 치료, 예방에 나서듯 우리도 노인을 모시고 있는 모든 국민들을 안심시킬 획기적인 노인정책이 필요하다. 머잖아 인구의 20%이상이 노인인구로 채워지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 것을 외면할 수 없다. 노인문제는 치매 외에도 사회전반에 도사리고 있다. 우리의 사회복지는 노인문제에서 출발해야 하며 그것이 사회안전망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노인들은 암흑기를 몸으로 견디고 싸워 이겨내 오늘날의 국부를 창출해낸 장본인들이다. 그들은 충분히 사회복지를 누릴 자격이 있고 권리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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