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고른 기상조건으로 계획된 농산물이 제대로 생산되면 경제는 안정기조를 유지한다. 곡물가의 안정은 유류값과도 연동돼 세계경제가 순조로와지는 것은 지금까지의 경험법칙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러시아를 비롯한 아르핸티나등 메이저급 곡물수출국의 흉년은 유류파동을 야기해 세계경제를 공황상태로 몰아 가기도 했다.
요즘의 이상 기후는 지구촌 경제의 불확실성을 고착화하는 큰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올해의 북극 빙하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북극빙하는 3월에 가장 많이 얼어붙었다가 9월에 최저상태로 녹아버리는데 그 정도에 따라 가을과 겨울기상이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지난 3월 북극 빙하는 1,549만㎢까지 넓어졌으나 지난 8월 둘째주에는 613만㎢까지 줄어들어 올 9월에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라는 것이다. 지금도 북극빙하는 한반도 면적의 두배가량이 예년보다 줄어든 셈이라고 한다. 북극의 해빙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없이 지구 온난화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벌써부터 북극빙하의 해빙에 따른 변화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지질조사국은 빙하의 급격한 감소로 바다사자 수천마리가 알라스카로 이동했다는 보고를 내놨다. 북극곰을 관찰하고 연구하며 그들을 추적하고 있는 사람들은 빙하가 줄어들고 빠르게 녹아 북극곰의 서식환경이 위험수준이라고 말한다. 기상학자들은 올 가을의 기상이변을 점치기도 한다. 북극빙하가 줄어들면 지구상에 태양에너지가 늘어나 기온상승을 부추기고 따듯한 공기가 대기 상층부까지 올라가 공기의 흐름을 바꾼다는 것이다. 지난해 겨울 우리나라에 들이닥친 이상한파도 상층부의 공기흐름에 따라 북극한파가 한반도에까지 뻗혀 영하17도를 오르내려 모스크바 보다 추운 날씨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그 한파는 올 봄 나무들이 얼어 싹을 틔우지 못하고 동해로 괴실나무들이 피해를 보는 결과로 이어졌다. 올 가을에도 북극빙하의 해빙에 따른 기상변화가 이어져 우리의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갖는다.
우리나라의 이상기후도 이제는 일상화되고 있다. 봄, 가을의 구분이 옅어지고 국지성 호우가 잦아졌다. 아열대성 스콜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대기권의 불확실한 기류로 국지성 호우가 한달 이상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며 뿌려대 막대한 피해를 냈다. 바다에는 온통 해파리떼로 뒤덮혔고 제주와 경북에선 청상아리라는 상어가 출몰해 피서철 해수욕장을 위협했다. 제주도의 바다 밑은 이미 아열대성 해조류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이상증후로 치부했던 것이 일상화되고 있으니 이제는 ‘이상’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정립해야 할 판이다.
기후환경의 변화는 앞으로는 기후가 우리의 트랜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변화에 따른 신속한 대응과 새로운 산업의 개발, 적응하는 능동적 대안마련 등이 새로운 가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기상을 자연현상으로만 치부하거나 재해로 규정, 숙명으로만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패배를 불러 올 것이다. 적자생존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이상 기후를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고 그에 따른 드랜드를 개발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바다환경의 변화에는 그에 맞는 해양수산업을 트랜드화 하고 더워지는 기후에 맞는 농작물을 연구해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지혜가 요구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대처는 아직도 미흡하다. 지구환경의 변화를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경향이 이직도 만연하고 있다. 예년의 두배 이상의 집중호우와 국지성 호우, 일찍 찾아온 가을, 계절의 구분을 파괴하는 이상기후의 연속은 트랜드화에 미흡한 우리를 당황케 한다. 이제는 범국가적 차원에서 기상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 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전 세계가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 할때 21세기의 트랜드가 무엇인지 집중연구하고 대책을 세웠듯 이제는 기후를 트랜드로한 연구가 절실한 시점이다. 북극곰이 사라져 가고 바다사자가 집단으로 이주하는 현상에 인류만 손놓고 있을 순 없다. 특히 한반도는 북극의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 다시 한 번 적자생존의 원칙을 상기해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