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경기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달리는 탄환 볼트는 뜻하지 않은 실수로 뛰어보지도 못하고 눈물을 삼켰다. 그러나 그의 도전은 또다시 계속될 것이다. 육상은 ‘보다 빠르게, 보다 더 멀리, 보다 더 높이’가 모든 경기의 최종 목표이다. 이미 달성된 최고의 기록을 누가 또다시 경신하는가에 시선이 집중된다. 그러한 기록에의 끝없는 도전은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시험하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에 과학이 접목되면서 이러한 시도는 더욱 과열되고 있다. 짧은 시간에 에너지의 효율을 극대화 하고 근육의 파워를 능율적으로 집중해 기록을 경신하는 인체공학을 이용한 스포츠의 과학화와 선수들이 신는 신발과 유니폼까지 기능화한 최첨단 기술은 기록단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늘날 스포츠 영웅은 그런 종합적인 투자속에서 태어난다. 물론 선수의 끊임없는 노력과 자질이 우선하지만 과학의 뒷받침은 필수적이다. 그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우승의 댓가로 명예와 돈이 따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스포츠는 승자의 기록이며 승자의 감동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페어 플레이정신이 중요하고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하지만 패자에 눈길을 주지 않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 가장 적나라한 현장이 지난 27일 열린 여자마라톤에서 드러났다. 방송중계는 출발점에서부터 시종일관 선두권에 카메라 엥글을 고정시켰다. 출전선수중에는 우수선수와는 기록면에서 연격히 뒤떨어져 완주에 의의를 둔 선수도 있었지만 그 선수의 감동드라마는 아예 관심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우리나라 선수가 5명이나 출전, 단체 3위를 노린다는 언급은 있었지만 경기가 중개된 2시간30분동안 단 한차레도 달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적이 없다. 세게적 선수의 역주하는 모습도 관심의 대상이지만 우리 선수들이 어떻게 달리는지 모고 싶은 것이 우리 국민의 마음이다. 그만큼 승부는 선수들끼리도 치열하지만 TV나 대중매체의 관심에도 큰 영향을 이친다. 그같은 현상은 대회가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우리선수들의 역투 모습을 볼 기회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세게육상선수권대회는 이번대회로 13번째를 맞았다.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육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나 그동안 단한번도 이 대회에서 메달을 딴 적이 없다. 그렇다고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일부 종목이 메달권에 육박하고 있으나 전망은 밝지 않다. 집안에서 세계적인 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정작 재미는 손님들 차지일 뿐 우리는 한참 뒤떨어진 우리의 위치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뿐이다. 예선전에서 떨어져 나가 낙담하는 선수의 뒷모습을 보면서 우리국민들이 느끼는 감정은 어떠할까. 세계적 선수의 현란한 모습에 열광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도약의 발판을 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TV와 언론의 보도는 이러한 관전 포인트를 살려 국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최선을 다하는 우리선수들의 감동드라마와 인간승리를 담아내야 한다. 대회를 유치해 훌륭하게 치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판만 벌여놓는 남의 잔치는 곤란하다. 이번대회가 우리 육상이 도약하는 전기가 된다면 충분히 성과가 있는 대회가 될 것이다. 선수들의 분전을 가리지 말고 그들에게도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줘야 한다. 더 많은 꿈나무들이 도전하는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도 이번 육상대회가 승자만의 기록으로 남아선 안된다. 비록 지금의 기록은 보잘것 없어도 꿈을 키우는데 용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격려가 필요한 것이다. 이란에는 마라톤 선수가 없다. 페르시아의 후에인 그들은 아테네와 페르시아의 전쟁에서 그들의 패전소식을 아테네에 전한 페이디 피데스를 기념하는 마라톤을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974년 이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 마라톤 종목이 제외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란처럼 외면하지 않을 바엔 즐기고 좋은 성적을 따내야 한다. 우리나라 육상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낙후되고 선수층이 앏은 이유를 살피고 이번 대회를 게기로 육상 붐이 일어나길 기대한다. 방송과 언론이 그러한 기대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승자만 뒤따르는 보도와 중계를 벗어나야 인간승리와 선수들의 감동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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