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이 황금빛으로 변해간다. 벼이삭이 피고 알이 여무는 시기이다. 지금부터 약 한달간의 날씨가 올 농사를 좌우할 것이라고 농사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난 여름 일조량이 부족하고 이상 기후로 비가 많아 올 농사는 예년 같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쌀 생산량은 418만t 내외로 지난 10년 이래 최악의 작황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10ha당 벼483~493㎏의 생산에 해당돼 예년 수준에 크게 못미치는데다 재배면적도 88만5천4백㏊로 지난해 보다 4.3%나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쌀 생산량 감소도 걱정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진다. 지난해 기준 벼논 10ha당 총수입은 82만2,229원에 불과하다. 이중 경영비를 제외한 수입은 43만4,162원으로 줄어든다. 거기에다 자가노동비, 토지용역비, 자본용역비를 제외하면 20만7,890원으로 순소득은 격감한다. 해마다 영농비가 늘어나고 인건비가 오르는 것을 감안하면 벼농사의 수익성은 점차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논 한마지기에 10만원 조금 넘는 수익성은 벼농사의 포기로 이어져 해마다 재배면적이 줄어드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쌀 소비량은 연간 360만t 정도이다. 올해 생산량과 최소시장 접근에 따른 의무수입량 30만t을 합하면 460만t의 쌀을 확보하게 되고 지난해 쌀의 비축량까지 감안하면 얼핏 보기에는 흉년농사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쌀 수급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격안정과 수급에 비상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체 물량은 남아돌지만 정부비축량을 제외하고 묵은 쌀을 계상하지 않으면 분명 쌀의 수급에 불균형이 생기고 그에 따라 값도 들먹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햅쌀을 선호하고 있는데다 실제로 시장에 나오는 쌀은 자급용이 아닌 전문영농기업이 생산하는 쌀로 양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쌀값이 불안정하고 가격이 뛰는 것도 같은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작황도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재배면적의 감소이다. 정부가 쌀직불제를 시행하고 있는데다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 영농을 포기하는 사례도 많다. 거기에다 쌀농사로는 수익성이 없어 논을 다른 용도로 전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기업 영농인이 아닌 일반 사람들은 이제 쌀 농사를 자급자족할 만큼만 짓는다. 놉을 사서 짓는 농사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더 이상의 수고로움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마저 농번기마다 도시에서 농촌으로 역류하는 노동력은 해마다 인건비가 치솟는다. 논밭을 놀리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인식에 실제로 더 이상 영농을 이어갈 여력이 없다는 한계성도 현실적 문제이다. 우리나라 쌀 생산은 2001년 551만5천t이 피크였다. 벼 재배면적도 1,08만3천㏊에 달했으나 올해는85만4천㏊로 10년만에 19만8천㏊, 19%가량이 줄어들었다. 전세계가 식량을 자원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영농조건은 갈수록 악화돼 생산성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농업은 지금이 위기이다. FTA체제가 본격화되면 그같은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시판용 쌀이 수입되고 우리 입맛에 맞는 값싼 쌀이 들어오면 기존 시장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농촌의 노동력이다. 이제는 정말 농사를 지으려 해도 힘이 없어 못 짓는다. 겨우 도시에 나가 있는 자식들 식량 정도만 농사를 짓고 논밭을 놀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농산물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체념이 영농의욕을 꺾기도 한다. 그러나 위기를 위기로 둘 수만은 없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지혜가가 필요하다. 그것은 농업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식량안보는 전 세계적 트랜드다. 수출이 살 길인 우리로선 FTA가 거절할 수 없는 길이지만 농업은 우리 삶의 근원이다. 쌀농사가 사양길을 걷는다는 것은 곧 우리농업의 사양화를 의미한다. 벼 풍년농사를 구가해 비축미를 늘리고 이를 빈민국에 원조하고 북에도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하면 어떨까. 남북이 통일되면 우리의 농업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7천만이 먹고 살 영농기반을 지금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쌀생 산량의 감소가 우리 농업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씁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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