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를 가져온 주민투표는 민주주의의 근원에 있어 몇 가지 모순점을 가지고 있다.
이번 서울시의 주민투표는 서울시장의 신임 또는 불신임을 묻는 투표가 아니라 무상급식을 전면적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일부 제한을 두고 할 것이냐를 서울 시민들에게 물어보는 투표다.
정치권의 논리 해석으로 보면 ‘선택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로 양분된 물음이었다.
서울 시민들에게 극단적으로 복지냐 아니냐를 선택하라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오 시장으로 봐서는 극단적인 선택이 되 버렸다.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생겨난 말 ‘나쁜 투표, 착한 투표’.
이것은 분명 극단적인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오 시장도 투표율 33.3%가 넘지 않으면 시장 직을 사퇴하겠다는 최후의 선택을 서울 시민들에게 요구했다.
결국 누구도 이번 주민 투표에서 이겼다고 말할 수 없다.
각 당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이라고 我田引水격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선택적 복지-선택적 무상급식, 보편적 복지-전면적 무상 급식의 선택을 놓고 나쁜 투표, 좋은 투표로 구분하는 이분법 자체가 우스꽝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주민투표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결정사항에 관한 주민의 직접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주민투표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지방자치행정의 민주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고 주민복리를 증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즉 대의 민주주의로 인해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사항에 대해서 주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권한으로서 대의 민주주의의 일방통행을 보완하는 제도로 해석할 수 있다.
민주주의 제도에서 자신의 의견과 다른 정책이 나올 수 있고 이로 인해 정책의 수혜자와 배제된 이들 간의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직접 민주주의, 즉 주민투표라는 제도는 이러한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하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무상급식과 관련한 서울시의 투표는 조정이나 타협의 여지가 전혀 없었다.
윷놀이 판의 ‘도’ 아니면 ‘모’의 선택이었다.
서울시민에게 선택권 내지는 의사 반영권을 준 것이 아니라 정치권이 자신들의 ‘죽기 아니면 살기’의 선택권을 서울시민들에게 강요한 것이다.
주민투표는 분명 주민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한 투표다.
투표를 하면 오 시장을 지지하는 것이요, 하지 않으면 오 시장을 반대하는 것이라는 논리가 이번 서울시의 주민투표였다.
그것을 말해 주는 것이 ‘나쁜 투표를 하지말자’는 투표 불참 운동이었다.
많은 법학자나 전문 입법권자들이 심사숙고한 개표 가능 투표율 산정 방식이겠지만 33.3%라는 수치적인 계산도 재검토해야 하는 것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주민의사를 반영해야 할 주민투표가 투표 불참 운동을 벌이는 상황이라면 주민투표 자체에 대한 모순을 낳았다.
이것은 대의 민주주의 통제 내지는 견제하는 수단으로서의 주민투표 간에 하나의 모순이기도 하다.
분명 주민의사를 묻는 서울시의 주민투표가 결과적으로 서울시장의 신임투표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개함은 하지 못했지만 이번에 투표한 215만9095명 가운데는 분명 선택적 무상급식과 전면적 무상급식으로 나누어져 있을 것이다.
어떤 쪽이든 간에 이들은 분명 앞으로 선거에 대해 큰 환멸을 느낄 것이다.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기권도 하나의 의사 표시라는 분명한 명분이 생겼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이것은 민주주의 제도에서 사는 우리가 분명 지켜야 할 대 명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