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열전 9일이 막을 내렸다. 전 세계의 건각들의 잔치인 이번 대회도 많은 화제와 스타들의 부침을 눈으로 확인하는 열기로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볼트의 100m 부정출발로 좌절된 꿈이 200m에서 부활하는 감동의 장면에 전세계가 열광했고 미녀새 이신바예바의 긑없는 추락에 안타까와 했다. 여자 100m허들의 피어슨은 신기록을 세우며 스타로 떠올랐고 만년 2인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그늘속의 스타들이 분전, 이번 대회에서 우승의 영광을 맛보는 감동의 순간도 보았다. 단거리는 자메이카, 마라톤은 케냐라는 인식을 고착화하는 대회였으며 미국은 역시 육상강국이라는 종전의 벽이 이번에도 깨지지 않았다. 캐냐의 마라토너 카루이는 지난대회에 이어 이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그러나 신생국들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미국, 영국, 러시아등 육상강국들의 위상은 여전했다. 우리나라의 성적을 보면 아쉬움이 많다. 전종목에 걸쳐 부진을 면치 못해 개최국의 위상이 말이 아니었다. 세계수준에 현격히 떨어지는 우리의 현실을 실감하는 대회였다. 대부분의 종목에서 본선진출의 꿈이 좌절됐고 기대종목의 높은 세계의 벽을 절감해야 했다. 경보에서의 가능성은 그나마 위안이었다. 남녀 마라톤은 당초 기대와는 달리 종전의 명성을 잊어야 했다. 정진혁이 28위로 골인했으나 일본과 중국에도 한참 뒤처진 성적이었다. 100m 달리기는 부정출발로 실력을 겨뤄보지도 못했고 세단뛰기에 출전한 김덕현은 무리한 레이스로 부상, 이미 따놓은 멀리뒤기 본선진출도 소화하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 번외경기로 열린 휠체어 400m에서 딴 은메달이 우리나라가 이번 대회에서 든 유일한 메달권이다. 이번 대회는 기록면에서도 매우 저조해 아쉬움을 남겼다. 대회기간 내내 30도를 웃도는 더위가 기록경신의 걸림돌이 된 듯하다. 일부 단거리 경기의 운영미숙도 옥의 티로 남았다. 그러나 개최국의 경기준비와 지원은 역대 어느 대회보다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우리나라의 IT기술은 전세계 취재진들의 부러움을 샀으며 방송의 중계와 시스템, 기술도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수십억명의 지구촌 육상메니아들을 만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자원봉사자와 경기요원들의 활약도 대회성공을 이끌어 내는데 큰 몫을 했다. 대구시민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질서유지, 친절운동 등 시민의식은 대회 내내 유감없이 발휘됐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우리나라의 우수, 스타선수가 없는데도 운동장을 꽉 매운 관중과 그들의 관전매너였다. 어느나라 선수든 뛰어난 기량을 보인 선수에 박수갈채를 보냈고 예기치 않은 실수로 낙심한 선수들에겐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선수와 함께 호흡하는 높은 의식은 세계인들에게 우리의 관전수준을 보여주는 기회였다. 더 이상 육상이 비인기 종목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 대구를 뜨겁게 달구었던 열전 9일은 막을 내리고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대회 성공개최후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찾아나서야 할 때이다. 이번 대회는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제시해 주었다. 그 첫 번째 과제는 육상중흥을 위한 미래에 대한 계획이다. 집중투자를 하고 선수저변을 확대한다고 해서 당장 세계적인 선수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장기계획을 세운다면 분명 우리의 육상도 세계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동계올림픽에서 세계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도 불과 얼마전의 일이다. 마라톤은 일찍부터 세계강국과 자웅을 겨뤄왔던 강국이다. 모든 스포츠의 기초종목인 육상의 진흥은 국민건강에도 큰 영향을 주고 다른 스포츠의 발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대회를 개최하고도 단 한번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하는 판만 벌여놓은 잔치는 이번 대회 한번으로 족하다. 우리는 이번 대회에서 얻은 노하우와 경기시설, 세계속의 대구에 대한 이미지를 앞으로의 지역발전에 최대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래서 대회후가 더욱 중요하다. 막대한 투자가 곁들여진 모든 인프라의 이용을 극대화해야 대회유치의 과실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대구대회의 성공이며 귀결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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