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역사는 헤겔의 변증법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을까. 또한 우리사회는 아직도 뼈아픈 경험을 직접 체험하는 값비싼 댓가를 치른 후에야 한단계 성숙하는 하는 것일까. 최근 MBC는 그동안 우리사회에 갈등과 혼란을 야기했던 광우병 보도에 대해 공식 사과문을 냈다. MBC는 이 사과문에서 비록 형사상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보도의 주요내용은 허위라는 법원판결을 존중하고 “진실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사로서의 책임을 통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 될 수 없으며 당시 문화방송의 잘못된 정보가 국민의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 해 갈등과 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MBC는 또 “기획의도가 합당해도 프로그램을 지탱하고 있는 핵심쟁점들이 허위이면 공정성과 객관성은 물론 정당성도 상실하게 된다”고 했다. MBC의 이 같은 사과문 발표는 그동안 우리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던 주요사안에 대한 명확한 선을 긋는 의미 있는 사실로 평가된다. 아직도 광우병에 대해 그릇된 선입견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진실이 무엇이었는지를 확실하게 알게 됐다. 또한 광우병 PD수첩 보도 이후 MBC의 모든 보도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갖게 된 사람들의 편견도 없어지게 됐다. 필자도 광우병보도이후 언론의 센세이셔널리즘과 책임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실감하며 MBC를 경원시 했었다. 돌이켜 보면 본래 의도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광우병 보도는 우리사회의 근간이 흔들릴 정도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다. 온 나라가 미국산 소고기 수입과 한미 FTA를 반대하는 촛불시위로 뒤덮였고 사회는 극도로 혼란에 빠졌다.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도 심화돼 국민적 갈등을 양산하기도 했다. 과장된 정보는 유아들마저 유모차에 실려 거리로 내몰리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시간이 흘러 지금 우리는 한미 FTA 비준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이 급격히 늘어났고 그토록 염려했던 유아용 귀저기와 분유는 아무 탈없이 팔리고 있다. 아직도 광우병에 감염됐다는 소식은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들은 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진실을 확인하고 통일된 합의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나가는데 너무나 값비싼 댓가를 치러야 했다. 지금 우리는 또 하나의 변증법적 명제에 부딪히고 있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여당과 야당으로 구분되어 이끌려 가고 있는 정당정치가 기존의 정명제와 반명제, 이에 만발하는 새로운 명제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민생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집권에만 눈이 어두운 정치집단에 맡길 수 없다는 새로운 자각인 것이다. 학교급식문제로 야기된 서울시장사퇴가 정치적 문제로 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응당 여와 야가 후보를 내 다툴 것으로 예상했으나 기존 정치의 틀 밖에 있던 세력이 너희들은 못 믿겠으니 우리가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과거에도 있었던 현상이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그러한 움직임이 대세라는 점이다. 50년 뿌리를 두고 있는 이 나라의 정당정치에 일대 파란이 아닐 수 없다. 새로운 서울시장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인사는 여당도, 야당도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다. 여당은 응분의 댓가를 치러야 하고 그렇다고 야당이 여당의 댓가에 어부지리를 얻어서도 안된다고 했다. 여론조사결과 그의 지지율이 50%에 육박했다. 이쯤되면 대세라 할 수 있고 선거는 결과가 말하지만 정과 반에 새로운 명제가 등장해 합명으로 이행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정치에 일대 각성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현실정치가 불신을 받고 있다는 반증이다. 정치권은 이런 움직임을 역사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치가 한 단계 성숙하는 뼈아픈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제2의 안철수, 박원순은 총선과 대선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대세는 없다고 봐야 한다. 광우병사태처럼 혹독한 댓가를 치러기 전에 처방을 내리지 않으면 정치권은 엄청난 지각변동을 몸으로 겪어야 할 것이다. 정명제와 반명제가 합명제를 이루어 내는 변증법적 역사발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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