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이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
정신지체장애인을 실화로 제작된 영화 '마라톤' 가운데 유명한 대사다.
영화는 달리기만큼은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는 5세의 지능을 가진 20살 청년 초원이 이야기다.
달리기 가능성에 희망을 보인 초원이에게 보다 체계적인 마라톤 훈련이 시작된다.
훈련은 초원이가 정규 마라톤 대회에서 '서브쓰리(3시간의 벽)'를 넘기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사실상 초원이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다.
초원이 앞에 닥친 것은 혹독한 훈련이었다.
이때부터 초원이 엄마의 고민은 깊어간다. 자신이 초원이에게 마라톤을 빌미로 혹사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엄마는 초원이의 마라톤 출전을 포기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초원이는 대회에 참가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대회 당일 출전을 말리는 엄마에게 “초원이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라고 말한다. 훈련에 힘들어한 초원이에게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엄마가 항상 되짚었던 말이다. 결국 초원이는 출발라인에 섰고 완주 끝에 서브쓰리는 달성한다.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달리기를 통해 장애를 극복하고 세상과의 소통을 추구하는 휴먼드라마가 펼쳐졌다.
주인공은 의족 스프린터로 유명한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선수와 어둠속에 희망을 질주하는 브라인드 러너 '제이슨 스미스'선수다.
이들의 레이서에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역경을 뛰어 넘는 휴머니즘의 감동드라마가 담겼다.
이번 대회에서 남아공화국 대표로 남자 400m와 400m계주, 1600m계주에 출전한 피스트리우스는 태어날때부터 종아리뼈가 없었다고 한다.
그는 생후 11개월에 무릎 아래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의족이라도 사용하기 위한 부모의 결단에서다. 어린시절부터 그는 의족이 양다리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가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장애의 편견을 없애기 위한 부모의 노력도 돋보였다. 그의 부모는 외출때면 항상 피스토리우스에게 신발을 신듯이 "의족을 신자"고 했다.
그런 그가 이번 대회에서 이미 비장애인선수들을 뛰어넘는 쾌거를 올렸다.
지구상에서 내놓으라 하는 선수들이 모인 400m에서 당당히 준결승에 진출,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썼다.
하지만 피스토리우스의 도전은 쉽지만은 않았다. 세계육상연맹 규정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탄소섬유로 제작된 의족이 경기력에 영향을 준다는 판단 때문이다. 결국 스포츠 중재재판소에서 피스토리우스의 손을 들어줘 꿈을 이룬 것이다.
'브라인더 러너', '장애인 육상의 볼트'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아일랜드 출신의 제이슨 스미스 선수의 도전도 감동적이다.
그는 8세 때 희귀병으로 망막 신경이 손상돼 시력은 물체가 10cm 앞에 있어야 구분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장애를 극복한 것은 그의 뛰어난 청각 때문이란다. 스미스 선수의 출발반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탁월한 소유자다.
그가 여기에 오기까지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스미스 선수가 시각장애인이다 보니 자세교정에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200m 곡선주를 달릴 때는 레인의 굴곡을 익히기 위해 숱한 반복훈련을 거쳤다고 한다.
이처럼 인고의 결실을 흠뻑 적신 이들의 레이스가 지구상에서 그 어떤 드라마도 쓸 수 없는 감동을 연출 한 것이다.
특히 이들이 출전한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장애인 출전이라는 첫 금자탑을 세워 역사적인 의미가 더욱 크다.
이들이 있기에 달구벌의 2011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더욱 빛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