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외신은 사람의 얼굴을 닮은 기형 개를 토픽으로 다뤘다. 원전사고가 빚은 현상으로 경각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지구상에서 발생한 사상 최대의 원전사고는 1986년 구 소련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사고다. 사고로 사후처리에 나섰던 노무자 7,500명이 숨졌고 인근마을 주민 2,500명도 사망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까지 42만여명이 기형과 암등 질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으며 급기야는 죽음에 이르고 있다. 사고당시 반경 30km이내 주민 9만2천여명이 다른 곳으로 이주해 사고지역은 지금도 불모지로 남아있다. 체르노빌의 후유증은 유럽 전역에 영향을 미쳐 대기를 오염시키고 방사능 낙진이 내리는 현상을 빚고 있다. 피폭 중심지는 자연이 원상으로 복귀되는데 최소한 700년이 소요될 것으로 진단됐으며 최근에는 일부 생태계의 빠른 회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생태계의 빠른 복원에도 불구하고 방사능 물질의 검출은 여전히 안전기준을 넘어서고 있어 원자력의 가공할만한 위력을 절감하게 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체르노빌에 버금가는 대형사고이다. 지금은 눈에 보이는 직접피해에 놀라고 있지만 앞으로 계속 이어질 피해를 계상하면 체르노빌사고의 재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체르노빌의 원전사고도 아주 사소한 부주의에서 비롯됐다. 원전을 일시 가동중지한 틈을 타 발전설비를 가동하지 않은 채 벌인 한 실험에서 노심이 녹아 내리면서 폭발이라는 엄청난 재난으로 이어진 것이다. 최근 전력공급 부조화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사고를 보면서 우리사회의 사회안전망이 너무 허술하고 해이해져 있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경주방폐장에 반입하려던 폐기물이 반송조치 된 것도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가볍게 치부돼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 한전의 정전사태와 방폐물 반송조치는 어찌보면 지극히 단순한 사고라 할 수 있다. 9월 중순 전력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는 예측도 못한 일이다. 사고 당일 사용량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자 “어 어...”하다가 매뉴얼에 따라 지역별 단전조치에 들어갔으나 그 후유증은 일파만파였다. 제대로 살피고 사전대비하고 충분히 알렸더라면 수천명이 엘리베이트에 갇혀 죽음의 공포에 떨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생산공장에서도 세워 두었던 비상 용 발전기를 가동시켜 정상가동에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고 양식장의 물고기 떼죽음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부끄럽고 한심스러운 것은 이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리사회의 해이된 기강이다. 경주 방폐장 불법폐기물 반입도 다행이 반송조치 됐지만 이전에는 관행으로 용인됐다는 것이 가공스럽다. 얼핏보면 고형화해야 하는 폐기물을 그냥 반입하고 삼중수소가 함유된 폐기물을 아무런 조치없이 반입한 단순한 문제같지만 최소한의 안전수칙을 무시했다는 측면에서 버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일을 쉽게 생각해 감추고 쉬쉬하다가 그보다 위험한 일에도 사고만 나지 않으면 된다는 안전 불감증에 감염되고 그것이 쌓이면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도 사고당시는 지극히 사소한 일에서 발발했지만 25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의 형상을 한 기형 개가 태어나는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는 우리사회의 안전망을 더욱 강화하고 개선해야 할 때가 됐다. 독일이나 이태리처럼 원전 배제를 선언하기에는 우리의 전력수급계획상 어려운 일이지만 안전망만은 강화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만약 일본열도의 동해안 쪽에서 지진이 발생해 쓰나미 현상이 생길 경우를 염두에 둬야 하고 방폐장 주변이 방사능에 피폭될 경우를 계상해야 한다. 여름철 시간당 수백mm의 집중호우에 견딜 수 있는 제방과 절개지, 도로, 도시하수시설 등 모든 재난시설에 대한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 겨울철 한파도 마찬가지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사회의 안전메뉴얼도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주는 우리가 자랑할만한 역사, 문화, 관광도시이다. 이러한 경주시의 사회안전망은 어느지역보다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이지역에 방폐장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 수 있는 믿음을 주는 제도적 장치를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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