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론에서 화음(和音)은 음악에서 높이가 다른 둘 이상의 음이 동시에 울려서 생기는 합성음(合成音)을 말한다. 가장 기본적인 3화음은 도·미·솔(C·E·G)이 어울려 으뜸화음, 도·파·라(C·F·A)를 버금딸림화음, 솔·시·레(G·B·D)를 딸림화음이라 한다. 이 3가지의 화음은 듣기에도 가장 편하고 모든 음악의 기초가 되는 것이고 여기에서 파생되어 장·단조 화음, 4화음, 7화음까지 변형되어 한 음악이 되고 노래가 되고 관현악이 되는 것이다. 이 화음은 간단한 것 같지만 음악이 시작된 고대부터 내려오는 불편의 법칙이다. 그런데 음악도 시대가 바뀌면서 그 화음의 구성이 협화음(協和音)과 불협화음(不協和音)이 조화를 이루면서 새로운 形의 음악이 탄생하고 오히려 그것이 더 음악성을 인정받는 장르가 되고 있다. 그 가운데 음악인들이 7개 음계 가운데 가장 어울리지 않게 생각할 수 있는 레(E)와 미(E)도 화음을 이루어 좋은 음악으로 탄생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피아노 건반에서 레와 미는 바로 옆에 붙어 있지만 일반적인 연주에서는 동시에 눌러지는 경우가 잘 없다. 그것은 두 개의 건반이 같이 눌러지면 소리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음악을 얘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오락프로 그램 가운데 ‘남자의 자격’이라는 타이틀에서 ‘청춘 합창단’이라는 프로가 있다. 이 프로에 출연한 지휘거성으로 불리고 박칼린의 스승으로 알려진 윤학원 인천시향 지휘자가 우리에게 던져 준 메시지가 하나 있다. 그냥 흘려버릴 수도 있는 단 한마디의 메시지이지만 그의 오랜 음악생활을 통해 현실을 바라보는 메시지는 강력한 것이었다. “가장 어울리지 않는 D와 E가 화음이 되기 위해서는 D의 소리가 강해도 안 되고 E 소리가 커도 안 된다. 두 소리는 똑같이 나야 불협화음이 안 되고 화음이 된다”, “합창에서는 높은 소리일수록 겸손해야 하고 소프라노가 높은 소리일수록 크게 내면 합창이 되지 않는다”, “큰 소리를 다른 파트와 맞춰 부르는 것이 힘들지만 그것이 화음이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이 메시지는 단지 합창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건반에서 도와 레는 바로 옆에 가장 가깝게 지내야 하지만 잘못 소리가 나면 음악을 망쳐버리듯이 우리 사회에서도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서 큰 교향악을 연주할 수 있겠는가? 정치도 마찬가지다. 최근 우리 청치 현상을 보면 여야 할 것 없이 옆 사람에게는 신경 쓰지 않는다. 내 목소리가 크면 가장 돋보이는 것이고 남의 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니 계속 불협화음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신을 선량으로 만들어 준 국민이 가장 가까이 있어야 할텐데, 국민의 소리를 작고 작은데 자신의 목소리는 고함 소리가 나니 화음도 되지 않고 조화조차 기대하기 어렵다. 합창에서의 솔로(solo)는 돋보이는듯하지만 코러스(chorus)가 받치지 않으면 사실상 무용지물이고 그것은 독창(獨唱)이요, 독백(獨白)에 불과한 것이다. 목소리 큰 것만이 자신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다. 화음으로서 조화로운 소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조화를 이루고 조화를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국민과도 화음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치인들의 소리가 크면 국민들도 그들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 더 큰 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D와 E가 어울리지 않는 불협화음 같지만 서로가 소리를 높이지 않고 서로의 소리를 신경써가며 잘 맞춘다면 좋은 화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D와 E는 불협화음이 아니라 화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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