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탁에서 고추가 없는 식단은 상상할 수 없다. 김치는 물론 어떤 음식이든 고추가 양념로 들지 않으면 게미가 없어 입맛을 잃는다. 맛을 창조하는 가장 중요한 양념이다. 계란도 마찬가지다. 서민들에 있어선 가장 값싸고 손쉬운 단백질원이다. 그런데 고추와 계란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김장철을 앞두고 고추수확이 한창인 요즈음 고추값은 예년의 2배 이상 올라 서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다가올 김장이 걱정인 것이다. 계란도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값이 비싸긴 마찬가지다. 정부가 긴급수혈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수입고추의 관세를 40%나 내리고 병아리의 면세 쿼터를 150만 마리로 늘린 것도 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고추는 올해들어 예년에 비해 잦은 비와 이상기후의 탓으로 흉작을 면치 못한 여파이고 계란값의 폭등은 AI 때문에 많은 사육닭이 살처분된데 따른 여파이다. 이처럼 기후변화와 천재지변은 농산물의 생산기반을 마구 흔들어 안정적 수급에 큰 영향을 준다. 돼지고기 파동과 소고기값 하락도 기후 조건으로 인한 수급균형의 파괴에서 비롯되고 있다. 최근들어서는 이상기후와 천재지변 등 자연재해로 인한 물가변동이 잦아졌고 농산물 생산기반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농업여건의 변화는 우리의 영농패턴에 대한 일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농업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절실함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경북도가 ‘경북 뉴비전 생명산업 프로젝트’를 내놓은 것은 기후변화와 식량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나아가서는 농업생명산업이 미래산업으로 자리잡아 농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틀이 될 것이다. 경북도는 전국 어느 지역보다 그러한 생명산업의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입지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낙동강사업이 완공되면 강유역에 확보되는 엄청난 면적의 농업용지를 첨단농업 복합단지로 조성, 기후변화에 따른 새로운 작목의 개발과 종자생산, 종자개량과 수입산 농작물의 시험재배가 가능해진다. 점점 아열대성 기후로 변해가고 강수량이 많은 기후에 맞는 벼를 개발하고 종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특히 종자개발은 우리농업의 미래가 달려있는 ‘종자주권’을 확보하는 지름길이다. 경북도가 농업을 생명산업으로 키우겠다는 핵심에는 곤충과 종자, 말, 쌀 등 토종을 자원화하는데 있다. 경북도내 오지에는 아직도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오는 토종종자들이 남아 있다. 정부의 도움을 받으면 종자은행에서 보전이 가능한 종자를 얼마든지 지원받을 수 있다. 그것은 변화하는 기후조건에 맞게 개량될 수도 있고 종자자원이 되어 해외시장을 공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농업생명자원은 단순히 먹을거리에서 나아가 의약 등 생명공학적 변화도 꾀할 수 있는 훌륭한 자원이 될 것이다. 경북도의 프로젝트는 국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까지 뻗혀 2030년까지 3만ha의 해외농장을 개척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이는 국내 생산여건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해외시장도 넘보겠다는 뜻이다. 요즘 농산물값이 물가를 주도하고 서민경제를 힘들게 하는 것을 보면 농업을 더 이상 사양산업으로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가를 안정시켜 서민경제가 원활해 지려면 농산물파동이 없어야 한다. 다른 어떤 물가보다 안정적이어야 모든 사회가 제자리를 찾는다. 특히 FTA체제하에서의 안정은 우리 농산물이 일정 수준의 안정을 유지해야 균형을 이룰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낙동강살리기는 경북에 제2의 도약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물론 그 중심에는 생명산업 프로젝트가 자리잡아야 한다. 생명산업은 농업을 사양산업에서 새로운 동력산업으로 변화시키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의 농산물이 경쟁력을 갖고 해외시장에서도 각광을 받는다면 그것은 성공이다. 기후변화에 흔들리지 않는다면 더욱 성공적이다. 고추값, 계란값이 전체 물가를 요동치게 하는 취약한 현상을 보면서 농업생산기반의 변화야 말로 지금 우리가 나서야 할 일임을 깨닫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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