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 넘게 알고 지내던 영국 사업가가 추석연휴를 전후하여 영국을 다녀와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특히 이번 여행에는 한국인 부인이 함께 동행하여 오랜만에 고국에서만 볼 수 있는 고건축물과 역사 깊은 정원 등을 보는 것이 좋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울릉도를 처음 방문했는데 많은 기대와 달리 너무 실망이었다고 전했다. 왜 배를 타로 찾아간 울릉도에는 뭔가 색다른 것을 기대했는데 육지에서 보던 건물이 그대로 그곳에도 있더라는 것이었다. 어디를 가던 거의 대부분 비슷한 콘크리트 건물에 같은 방식의 현대식 건물로 울릉도 고유의 건축방식은 하나도 없는 것이 너무 이상하다고 했다. 그렇다. KTX를 타고 서울역, 동대구역, 신경주역, 부산역 등 어디를 가던 골조의 대형건축물로 기차여행을 하면서 그 지역의 특색이라고는 전혀 찾아 보기 힘든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언젠가 일본에서 기차를 타고 여행한 적이 있다. 그때 어느 작은 마을에 기차가 멈췄는데 역이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작은 집 같아 잠시 내려 둘러보고 싶은 충동을 가진 적이 있다. 그는 왜 대한민국은 지역 고유의 환경과 문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더 높게 크게만 지으려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산 중턱에 배가 식당으로 있는 곳 등을 지적하면서 산속에 배가 있는 이유를 묻는데 어떻게 답해야 할지 막막했다. 우리 주변에 있는 많은 건축물을 단순히 보면 멋지고 훌륭한 건축기법이라고 자랑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주위환경과 얼마나 잘 어우러져 있는지는 의문이라 할 것이다. 똑 같은 모양의 고층아파트와 빌딩들… 우연히 대구 골목길투어를 다녀왔다. 고불고불, 자동차도 다니기 어려운 좁은 도로와 옛집들이 오목조목 있는 것을 보면서 잠시 어릴 적 기억에 빠졌다. 어린 시절 유치원을 다녔던 거대하고 웅장했던 성당은 고층건물 숲속에 파묻혀 찾기조차 어려웠다. 누군가 옛 조상들이 요즘 주위가 너무 많이 바뀌어 옛집을 못 찾아 제삿밥 드시러 오기 힘들다고 했다. 새로운 건축물도 좋지만 우리의 소중한 옛 집도 잘 보존하며 주위와 어우러지는 도시계획이 절실히 필요한 것 같다. 현대사회에서 진정한 ‘Made in Korea’가 바로 세계적인 것임을 우리는 안동화회마을과 경주양동마을이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됨으로 증명한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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