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은 누가 뭐라해도 영남의 젖줄이다. 이 강을 중심으로 문화가 꽃피고 찬연한 역사가 꽃피었다.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하여 흘러 흘러 부산 앞바다로 유입되는 긴 강줄기를 따라 취락을 이루며 문화를 가꾸어 왔다. 임진왜란의 치열한 전장이었고 6.25때는 최후의 방어선으로 풍전등화와 같은 국운을 지켜낸 강이다. 때로는 홍수로 강의 흐름이 왜곡돼 많은 피해를 안겨주기도 했지만 풍부한 수량으로 유역을 기름지게 만들었던 어머니의 가슴과 같은 젖줄이었다. 낙동강이 마침내 대변신을 꾀해 새로운 모습을 우리에게 선보인다. 말도 많고 시시비비가 난무했던 낙동강살리기가 결실을 보아 오는 10월 22일에는 대구달성군과 고령군 사이에 설치된 강정고령보가 모습을 드러낸다. 미리 가 본 강정고령보는 우리의 강에 대한 기존 인식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이것이야 말로 보는 물길에서 이용하는 물길’이라는 인식을 갖기에 충분했다. 수레바퀴를 형상화한 전망대 탄주대와 체험 친수시설인 수락섬, 물풍금과 우륵교의 조화있는 배치가 그렇고 무엇보다 넓게 조성된 수변공간이 강변문화의 무한한 성장을 예감하고 있었다. 자연경관과 연계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무한대의 컨텐츠개발이 목전에 있고 그러한 시도는 벌써부터 진행되고 있음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눈길이 가는 곳은 40만평에 달하는 수변공간이었다. 이는 앞으로 강과 연계한 수많은 문화, 관광, 레저,역사, 생태시설과 체험관을 유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강이 경외의 대상,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친숙한, 그래서 강을 중심으로 문화를 창조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된 것이다. 강변을 거닐거나 자전거로 산책하고 맑은 물줄기를 보며 심신을 정화하고 그곳에서 문화와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안정되고 건강해 질 것이다. 그만큼 행복지수도 높아질 것은 불문가지이다. 수중보의 설치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았지만 시너지효과를 보면 그같은 시시비비가 오히려 기우였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강정고령보의 완공을 깃점으로 지자체들의 연안개발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벌써부터 일부시군은 수상, 수변, 주변으로 나눠 연안개발계획을 세우고 있다. 강에는 유람선과 목선을 띄우고 주변에는 골프장과 숲길을 조성, 레포츠 체험벨리를 갖추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열린 한 세미나에서는 운하수준은 아니지만 하구인 부산에서 대구등 경북내륙까지 화물선을 운항하는 방안도 조심스레 제기됐다. 모두가 강살리기의 시너지효과가 아닐 수 없다. 옛부터 모든 문화의 발상지가 강유역이었던 것을 보면 어쩌면 낙동강은 강살리기를 깃점으로 이지역에 제2의 문화전성기를 가져올지 모른다. 그 몫은 지금 여기에 뿌리내려 살고있는 우리의 것이다. 경주시는 최근 3+1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것은 신라와 유교, 그리고 가야를 트랜드로 하고 낙동강, 백두대간, 낙동정맥을 중심으로 한 생태권을 묶는 환경아이콘을 말한다. 비단 경주뿐만아니라 경북의 낙동강변 모든 시군은 이같은 트랜드를 성장동력으로 삼아 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은 문화와 역사뿐만아니라 환경과 생태 그리고 관광과 레저, 스초츠, 건강에도 영향을 미쳐 우리의 미래를 풍족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아이콘이 될 것이다. 우선 보기에는 강정고령보의 공개가 낙동강 살리기의 한부분에 지날지 모르지만 그 의미는 깊다. 비로소 강변문화가 찬연히 빛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낙동강을 다시보고 영남인의 중심에 둬야 한다. 그 강이 흘러 우리를 살찌게 했지만 앞으로는 우리의 정신세계와 문화를 풍족하게 하는 원천이 될 것이다. 그것은 강을 이용하는 지혜에서 비롯된다. 센강과 나일강, 라인강, 템즈강의 기적이 있듯 낙동강의 기적도 머잖다. 지금 우리가 꿈꿔야 할 일이다.낙동강의 변신은 우리의 변신을 요구하고 있다. 변화하는 낙동강의 미래를 그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변 린 (객원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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