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이응휘
많은 정치인들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하는 말이 있다. 정치는 생물(生物)이라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 후보로 박원순 변호사가 선출되는 것을 보면서 역시 정치는 생물이라는 것을 증명한 듯하다.
박 변호사는 시민운동가 출신으로서 익히 이름은 잘 알려져 있지만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겠다고 선언한 한 달여 만에 제1야당 후보를 시쳇말로 박살내 버렸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사실상 당 조직력을 총동원해 박 변호사와 일전(一戰)을 벌였지만 몰라 치는 바람 앞에 조직력은 역부족임을 보여 준 것이다.
이제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야권 단일 후보 박원순 변호사 대 한나라당의 나경원 후보의 사실상 일대일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기도 하다.
보궐선거의 결과는 나오게 돼 있다. 결과에 따라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의미를 부여하겠지만 그것에 앞서 박원순 변호사가 무소속으로 야권 단일화 후보로 선출된 것이 우리에게, 정확히 말하면 대한민국 정치에 던져주는 메시지는 가히 매머드 수준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기존 정치인들 정신 차려라”는 것이다. 이것은 박원순 후보가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국민이 하는 얘기다. 앞으로 정치를 기존처럼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지는 메시지다.
박 후보의 선출에 앞서 이미 2~3주 전에 ‘안철수 폭탄’에 대한민국 정치권은 풍비박산(風飛雹散)이 나버렸다.
부동(不動)의 대선 유력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표마저도 안철수 폭격에 휘청거리며 여론 조사 1위 자리마저도 추월당하는 형세까지 보였다. 정치권은 충격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상황
이 벌어진 것이다.
안철수 신드롬으로 불려 진 이 사태도 대한민국에 또 하나의 메시지를 남겼다.
“기존 정치인은 못 믿겠다. 무조건 바꾸자”는 경고였다. 누구도 막을 수 없었던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 열망이 쓰나미처럼 몰려온 것이다.
박원순 변호사와 안철수 교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기존 정당 정치에 속해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것 때문에 이들이 기존 정당 정치권에 보낸 메시지는 강력한 것이었고 두 사람의 공통적 생각이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 후보로 박원순 후보가 선출되게 된 동력이 됐다.
정치권에 던진 메시지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내년에 있을 총선, 대선까지 연결된다면 진보의 대승리를 예상할 수 있다. 반면에 메시지를 전달받은 정치권이 스스로를 반성의 기회로 삼고 새로운 정치 문화를 만들어 나간다면 크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현상유지는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현대사가 군사정권,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등으로 흘러오면서 정치권만이 자신들의 유지를 위해 통합이니, 정개개편이니 하면서 지나왔지만 지금부터는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 감지된다.
‘헌법 제 1조 2항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주의 기본원칙이 있다.
국민은 정부에 그 권한을 위임한 것이지 정부가 마음대로 행사하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상식이다. 다 아는 상식을 정치권이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 위임한 자가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국민들이 하게 된 것이다.
결국 위임받은 자가 그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오게 한 것이라 하겠다.
정치인은 국민의 손에 의해 뽑혀진 국민의 代理人이다. 그 대리인이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민이 바로 잡으려고 한다는 메시지를 안철수와 박원순을 통해 전달한 것이다.
현재의 정치권이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그들은 국민의 손에 의해 바뀌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보수와 진보의 싸움이 아니라 국민과 정치권의 싸움이고 이것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나타날 수밖에 없는 필연(必然)인 것이다.
國民을 이길 장사(壯士)는 없다. 그렇다면 국민께 순종(順從)하는 者만이 승리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