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자체가 괄목할만한 변화를 가져왔지만 유독 제자리걸음만하는 ‘의전방식’은 형식과 권위에 치우쳐 민선시대를 거스르고 있다. 현행 의전방식은 시민이 주인 되는 행사에서 주민편의보다는 기관단체장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내빈소개, 축사, 격려사, 환영사를 하다보면 본 행사보다 인사를 하는 시간이 더 많아져 참석자들을 지루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이럴 수밖에 없는 데는 오랜 관행이 자리 잡고 있다. 의전은 ‘잘해야 본전’이라 할 정도로 담당해본 사람들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라고 혀를 내두른다. 잘하면 당연한 거고 잘못되면 혼쭐날 정도로 까다로운 게 사실이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담당자는 상당기간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흠이 없도록 연습과 시행착오를 거친다. 흔히 각종 행사에서 내빈의 자리는 어디로 할 것인지. 소개와 축사는 어느 선까지 해야 무난할 것인지를 고민 한다. 그러나 매뉴얼이 있어도 매번 다른 게 의전이므로 완벽이란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이것이 구시대를 반영하는 의전문화의 현주소다. 이런 가운데 과감하게 의전을 축소한다는 조치를 취한 지자체가 잇따라 나옴으로써 신선함을 주고 있다. 그동안 참석자들을 지루하게 한 내빈소개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으며, 부득이한 경우 내·외빈을 막론하고 직위와 이름만 간단히 소개하기로 했다. 또 주로 행사장 좌석 앞줄에 배치한 주요 기관단체장 좌석도 사라졌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행사장에 늦게 도착할 경우 뒷좌석에 앉기로 하는 등 모든 행사를 주민편의로 바꾸기로 했다. 이와 함께 내빈 축사와 인사 등 권위적으로 보였던 여러 가지 의전도 가급적 하지 않기로 했으며 주관 기관단체장의 인사말도 최대한 짧게 하기로 했다. 형식과 권위적 의전방식을 벗어나 시민이 주인 되는 행사로 만들자는 취지다. 아직도 딱딱한 의전방식을 따르는 곳의 실정은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소개나 인사말을 시켜주지 않을 경우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가 오래전부터 뿌리박힌 것이 문제점이다. 지역정서상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의견충돌을 불러와 결국 서로 미워하는 감정만 생기게 된다. 이렇듯 불편하고 불합리한 관행은 적정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촤동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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