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전쟁과 세계2차대전 당시 악명을 떨친 일본 731부대의 생체실험을 입증하는 문서가 최근 발견돼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일본내 ‘731부대의 실체를 밝히는 모임’은 쿄토에 있는 국회도서관에서 731부대가 중일전쟁 당시 6차례의 세균전을 벌였으며 그 중 2차례에 걸쳐 지진, 강서, 장지성등에 페스트균에 감염된 벼룩을 살포, 2만6천여명이 죽어갔다는 보고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731부대의 세균전은 우리나라와 중국에선 이미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져 왔으나 일본은 지금까지 이를 부인해왔다. 중국과 러시아 , 한국인등 전쟁포로들을 ‘마루타(통나무)’라 칭하며 생체실험의 대상으로 삼았고 발진티푸스, 콜레라, 페스트등 세균전의 모르모트로 이용하는 비인륜적 범죄를 일삼아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얼빈 일대에서 활동한 731부대는 세균전의 핵심이었으며 세계2차대전의 희생자를 양산한 악명높은 부대라는 사실이 이번 폭로에서 공식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정부는 그동안 세균전으로 죽어간 양민의 수가 30만명이 넘는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에 폭로된 세균전의 실체는 지금부터 그 구체적 행적을 밝혀낼 출발점에 불과하다. 이는 세계2차대전이라는 전쟁에 대한 모든 진실이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폭로를 계기로 일본정부는 진실규명에 적극성을 보이고 책임질 일은 책임지는 강대국다운 면모를 보여야 할 것이다. 진싱규명이 끝나지 않는 한 전쟁을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수많은 전쟁포로들과 양민들이 그들이 자행한 생체실험이라는 반인륜적 행위의 희생양이 됐고 그들이 그같은 실험을 통해 얻은 세균으로 인해 수많은 양민들이 병에 걹려 고통받다 죽어간 것을 생각하면 진실규명은 반드시 이루어 져야 한다.
지금도 풀리지 않고 있는 세계2차대전의 전쟁후유증중 하나는 위안부문제이다. 얼마전 우리정부는 일본에 위안부문제를 양국간의 현안으로 삼아 협의하자고 제의 했으나 일본은 정신대문제는 한일회담으로 모든 것이 정리됐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현재 살아있는 위안부할머니들은 아직도 일본정부로부터 아무런 사과나 물질적 보상을 받은 적이 없다. 위안부는 일본이라는 국가의 피해자가 아니라 민간차원의 문제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으며 정부가 나설 일은 아니라는 입장만 확인하고 있다. 아직도 끊이지 않는 위안부할머니들의 시위와 절규가 우리의 가슴을 찢지만 진실은 호도되고 있다. 이에 우리정부는 유엔총회에 여성 지위향상의 일환으로 전시 성폭력문제를 공식의제로 다룰 것을 제의해 제3위원회에서 다룰 것으로 예정돼 있다. 일본의 위안문제제를 유엔에서 문제삼아 정죄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도 전쟁이라는 극한상황에서도 여성의 지위를 확고하게 한다는 깊은 뜻이 담겨있다. 특히 위안부문제는 피해당사자들이 연로해 서둘러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그들이 기슴에 한을 품고 세상을 떠나기 전에 보상문제와 일본정부의 공식사과가 있어야 한다.
세계2차대전은 인류최대의 재앙이었다. 전사, 전상자와 전쟁고아, 전쟁미망인등 피해는 미증유의 후유증을 가져왔다. 그래서 전범자에 대한 추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당시에 자행된 반인륜적 행위는 가차없이 단죄되었다. 독일은 전범국으로서 그런 단죄의 중심이었으며 그 죄값을 톡톡히 치렀다. 물질적 배상은 물론 국가의 이름으로 용서를 구하고 앞으로는 같은 우를 절대로 범하지 않겠다는 신뢰를 심어 나가기에 인색하지 않았다. 그들의 그같은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전범국이면서도 일본의 행보는 독일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군위안부문제와 강제징용, 인체실험등이 그것이다. 특히 위안부문제와 이번에 구체적 실체가 드러난 인체실험문제는 일본이 반드시 털고가야 할 문제이다. 그런 문제가 계속 미결의 문제로 남아있는 한 일본은 선진국이 될 수도, 지구촌의 선도국가일 수도 없다. 그들이 2차대전을 일으킬 때 내세운 아시아 공영이라는 구실도 허구였음을 솔직히 고백하고 전쟁의 잔영을 털어 낼 때 일본은 비로소 제 위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루타의 원혼이 아직도 구천을 헤메고 있다는 사실을 일본정부는 알아야 한다.
변 린(객원논설위원.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