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이응휘
서울시장 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한나라당 후보와 야권 단일 후보 간, 여당과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 연합 간에 사투(死鬪)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치 앞으로 예견할 수 없는 접전이 예상되기 때문에 양측은 사생결단으로 선거에 임하고 있다.
서울 시민, 국민들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선거에는 2등이 없다는 식으로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사실 여부는 다음에 생각하기로 하고 양측은 물고 뜯고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나경원 후보 쪽은 무소속 박원순 후보의 학적, 병역 문제부터 시작해 귀족 시민운동가로 폄훼(貶毁)하면서 흠집 내기를 하고 있다.
박원순 후보 쪽도 나경원 후보의 피부 마사지, 다이아몬드 반지, 수임료 세금포탈 등 사생활에 대해 집중 포격을 했다.
이같이 국민들이 보기에는 서로가 네거티브 선거를 하면서도 서로는 상대에게 네거티브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인 격이다.
‘내가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동안 기성세대들은 민주화 이후에도 총선과 대선을 수차례 겪으면서 수많은 네거티브와 흑색선전, 각종 풍(風)에 이골이 난 지경인데 아직도 구태(舊態)를 벗지 못하고 스스로들이 악습을 되풀이 하고 있으니 국민이 보기에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여기에 박근혜 전대표와 손학규 대표, 문재인 이사장 등 차기 대권 예비주자들까지 선거전에 가세하면서 서울시민을 상대로 미니 대선 판이 벌어진 듯하다.
정치 선진화, 선거문화를 새롭게 바꾸어야 할 가장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정치인들이 모두 현장에 나와 있는데 그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두 후보도 마찬가지다. 나 후보와 박 후보 모두 법을 가장 잘 안다고 하는 변호사다.
나 후보는 한나라당 최고위원으로서 정치 개혁의 선봉에 서야 할 위치에 있고 박 후보는 시민운동가로서 정치 개혁을 외쳐 온 지도자다.
네거티브, 흑색선전, 폭로전 선거가 아니라 정책 선거, 공정 선거에 대한 모범 사례를 남겨야 할 역사적 책임을 가진 후보라고 국민들은 기대를 했다.
그런데 책임 있는 위치의 두 후보가 오히려 네거티브 선거전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두 후보는 의혹이든, 허위 사실이든 관계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네거티브가 아니라 검증(檢證)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에 말하는 것이라 하고 있다.
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엄한 잣대를 대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후보들도 조심해야 하는 사항임을 두 후보는 더욱 잘 알 것이다.
‘검증’이라는 것은 하나의 사실, 명제(命題)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확인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검증의 대상은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면 두 후보가 제기한 의혹, 또는 문제에 대해서 사실 여부는 분명한 증거 자료가 있을 것이고 그 증거에 입각한 검증이 있으면 되는 것이다.
검증은 분명한 결과가 있을 것이다. 아닌 것이 맞는다고 할 수도 없고 맞는 것을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두 후보는 사실 여부를 떠나서 그것들을 단지 상대방 흠집 내기, 깎아 내리기로 사용하기 때문에 네거티브라고 하는 것이다.
상대는 현재 서로 허위사실과 무고를 놓고 고소 고발로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그동안 큰 선거를 놓고 보면 선거가 끝나면 모두 흐지부지다. 승자는 패자에 대해 아량(雅量)을 베풀어 소(訴)를 취하하고 상대도 이를 받아들여 쌍방 간에 송사(訟事)가 없었던 일로 되는 사례들이 선거판에서는 허다하다.
나 후보와 박 후보는 우리 국민들의 선거 의식에 대해서 아직 수준이하로 보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국민들은 그동안 수차례에 결친 대선과 총선에서 네거티브 선거 운동 후보를 보기 좋게 낙선시킨 사례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서울시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또다시 네거티브 선거 운동 후보를 낙선시킬 것이다.
정치 지도자들이 선거 문화 개혁을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국민의 힘으로 이를 이루어 낼 것이라는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