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낭만이라고 하면 실현성이 적고, 매우 정서적이고 이상적이며 낙천적인 상태를 가리킨다. 한 때 낭만주의라 철학풍조는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에 걸쳐 유럽에서 일어난 문예사조 및 그 운동으로 고전주의·합리주의에 반대하고 자유·개성·공상·정서 따위의 감정을 중시하던 시절도 있었다. 로맨티시즘이라 하여 음악·미술 같은 예술분야에서부터 의복·생활에 이르기까지 깊숙이 파고든 사회 양상이다. 비록 살아가는 형편이 궁색하고 희망이 없는 것 같은 생활에서도 멋을 부리고 맛을 아는 세대들의 유행은 오늘의 풍족은 유도할 만큼 활발하고 적극적이었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생활한다’는 의식구조가 현대 사회에 팽배해져 있고 인식도 생활도 크게 다르다. 한 예를 들면 집 살 돈이 없고, 큰 도시에서 살지는 못해도 자가용은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 다 그런대서 비롯된 것이다. 몇 달전 30대 직장이들에 보낸 설문지에 “어떻게 살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하고 질문을 던졌는데, 그 많은 대답 중 ‘생각하기 나름이다’고 한 응답자가 많았다고 한다. 그들의 낭만은 과연 무엇이며, 어떤 것인지도 궁금하다. 그러나 희망적인 응답은 지금은 살기가 다소 불편스러워도 열심히 살다보면 쨍하고 해뜰날이 있다는 원대한 결과에 만족스러운 것 같다. 여성에게 물었다. 어떤 배우자가 가장 마음에 드느냐고 물었는데 두말 없이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진취적인 남자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남성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는데, 역시 그 대답도 평범하다. 좋아하는 여성형은 이해심이 풍부하고 멋이 있는 여성이라고 한다. 두 쪽다 낭만성이 있는 미래형 배우자를 선택하고 싶다는 것이다. 인간의 낭만은 끝이 없고 욕심에도 한계가 없다. 배금주의니, 미(美)적주의를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서로가 마음 맞는 이상형이 그들의 낭만주의의 핵심이라고 한다. 이혼하는 사람들의 이유 가운데 가장 큰 것이 ‘서로의 성격의 차’를 꼽는다. 그 다음이 ‘미래가 없는 사람’이라 한다. 물론 경제적 문제도 한 이유가 되겠지만 그것은 크게 작용하지 않는 것 같다. 가요무대프로의 어느 가수의 노래 ‘낭만을 위하여’가 자주 불리운다. 낭만은 꿈이 아니고 현실임을 강조한다. 사람이 너무 공상에 빠지게 되면 현실에 충실치 못한다는 말도 있다. 낭만적인 습관을 가지는 것은 멋을 가지는 방법이고, 생각의 차이에서 온다. 멋은 맛에서 온 말이다. 낭만은 맛있게 사는 데 있다. 손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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