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하버드대에서 작은 반란이 일어났다. 경제학의 거두인 그레고리 맨큐교수의 강의에 일부 학생들이 반기를 들고 퇴장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700명에 가까운 수강생중에 70여명이 이 반란에 동조했지만 미국의 언론은 “이젠 캠퍼스에서도 월가의 반란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그들은 미리 통고한 강의거부 이유에 대해 “시장원리만 옳다는 강의가 금융자본의 탐욕을 부추겼다”며 “기득권에 편승말자”고 주장했다. 그들은 “하버드 출신들이 주류경제학자로서 세계 각국의 금융정책에 관여해 오늘과 같은 세계적 금융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맨큐교수의 경제학은 전세계의 경제학교과서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그는 신자유주의경제를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연 맨큐가 2008년이래 지속되고 있는 금융위기를 초래한 경제학의 표본인지는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필자는 대학생들이 거론한 ‘하버드의 책임론‘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하버드는 엘리트교육의 산실이다. 모두가 이곳에서 수학하고 싶어 하며 수학후에는 미국은 물론 세계각국에서 영향력있는 위치에서 대세를 이끌어 가고 있다. 그런 엘리트들이 금융위기를 불러오고 그 중심에 하버드가 있다는 자각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엘리트집단의 탐욕에 서민들이 분노하고 그 분노가 전세계적으로 파급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들을 움직이게 한 것이다. 또한 때를 같이해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자증세와 부호들의 재산기부행렬이 자유경제주의의 사각지대를 커브하는 운동으로 번지고 있는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눈을 안으로 돌려보면 우리나라도 지금 한장 정치개혁과 복지와 분배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여권은 개혁을 부르짖고 야권은 진보세력의 통합을 내세우고 있다. 여든 야든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하버드의 반란이 아니라 안철수, 박원순의 반란에서 비롯됐지만 누구나 그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개혁의 방향에 대해 김문수 경기지사는 강남과 영남의 50%물갈이를 주장하고 나섰다. 여당의 당대표는 끝장토론을 하더라도 반드시 개혁을 이루겠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구체적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개혁은 인적쇄신이 핵심이다. 허버드의 자각처럼 한나라당이 더 이상 가진자, 엘리트들의 집단이 되어서도 안되고 또한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 되어서도 안된다. 당이미지가 서울대등 일부 명문대출신의 집단, 판사, 검사, 변호사로 대변되는 ‘사’자 집단, 아니면 장.차관과 장군출신의 집단이라는 인식이 있는한 개혁은 어렵다. 그기에다 영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지지기반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위협을 받고 있듯 기득권자들의 집단이라는 인식으로는 더 이상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 개혁의 방향은 나와있다. 야권도 개혁에서 예외일순 없고 진보세력의 결집도 좋지만 책임지는 자세가 무엇보다 선행돼야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또하나의 트랜드는 ‘버핏세’의 도입문제이다. 정두언의원은 이젠 우리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박재완장관은 득보다 실이 많은 정책이라며 해이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유주의 경제의 가장 큰 취약점인 분배이고 지금 그 분배가 집단적 저항을 일어키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그냥 두고 볼 일은 아니다. 갈수록 빈부의 격차가 심해져 월가를 쳐다보는 시선이 부정적인데 오불관언한다는 것은 화를 불러올 수 있다. 세금을 더 내겠다고 나서고 스스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분배의 균형이 깨졌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다. 우리사회도 이제는 하버드의 책임론처럼 엘리트층의 책임론이 절실하다. 누리는 것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누리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나아가서는 덜 가진 자들을 배려하는 자세가 개혁의 첫걸음이다. 지금 자유주의 경제는 위협받고 있고 기득권에 대한 저항은 탄력을 받고 있다. 변 린(객원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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