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치가 쇄신과 통합을 화두로 큰 몸살을 앓고 있다. 5개월여 앞으로는 총선이 있고 1년 앞에는 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민들의 쇄신 요구의 엄중함에 갈 길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 하면서 방향키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는데다 당장 코앞에 놓인 FTA 국회 비준 문제까지 겹쳐 험난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민주당도 박원순 서울 시장 당선 이후 정국 여당과 정국 주도 샅바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 놓고도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타난 야권 통합이라는 대전제를 내부적으로도 소화하지 못해 안개 속을 빠져 나오지 못하는 형국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정당이 무소속에 맥없이 무너지고 앞으로 나갈 길조차 찾지 못하는 것은 원인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모두가 ‘개인의 욕심이나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당은 겉으로는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서 당을 운영하고 당원이 우선되는 정당이라는 것을 표방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당의 속을 조금만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아주 비민주적으로 운영된다. 대권주자나 당대표의 욕망에 이합집산(離合集散)이 되어 파벌을 조성해 세(勢)불리기에 혈안이다. 그것은 대권주자나 당대표에게 공천을 받기 위해 목을 매달 수밖에 없는 정치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회의원 뿐만 아니다. 지자체장들도 해당지역 국회의원에게 줄을 서야 공천을 바라볼 수 있으니 국회의원 꽁무니를 따라 다닐 수밖에 없는 것이 대한민국의 정치현실이다. 국민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이 민주주의지, 어떻게 국회의원이나 대권주자, 당대표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이 민주주의 인가? 물론 각 정당은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서 공천을 한다고 하지만 이제 국민들은 그것을 믿지도 않을뿐더러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 우리 국민들도 그동안 수 차례에 걸친 선거 학습 과정에서 민주주의가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것을 여야 정당은 알아야 할 것이다. 안철수 교수의 높은 지지율은 안 교수 개인의 인기도 때문이 아니라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국민이 그만큼 우매(愚昧)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내년 총선이나 대선에서 정당이나 정치가 변하지 않으면 국민들은 또다시 분노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한 것이다. 따라서 정당의 쇄신, 정치의 쇄신은 민주적인 정당운영, 당원의 개념보다 국민의 개념이 위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민주적인 절차에 따른 공천, 국민이 참여하는 공천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당이 내부 민주주의만 고집하면 국민과는 괴리(乖離)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정당 민주주의와 국가 민주주의의 가장 높은 개념이 국민이라고 한다면 국민과 소통하는 정당, 당(黨) 밖의 소리가 당 안으로 들어와 수렴되고 당 안의 소리가 당 밖으로 나와 국민에게 전해지는 것이 진정한 정당 민주주의의 실현인 것이다. 야권통합 또한 사상도 다르고 정책도 다르지만 민주적인 절차를 존중하고 국민을 상위 개념에 둔다면 어려운 문제는 아닐 것이다. 개인의 욕망이 야권 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인 것이다. 정당의 당원은 당비 납부의 의무가 있지만 국민에게는 권리가 있다. 정치의 쇄신은 당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참여 시키는 공천에서 비롯된다. 4월 총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 왔고 그에 앞서 공천은 3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다. 사실상 이미 공천 경쟁은 시작된 것이다. 국민이 배제된 공천은 내년 총선에서 처절한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 나라의 주권은 당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편집국장 이응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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