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5일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 연구소 지분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혀 국민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 교수의 이러한 기부를 정치적 행보의 시작이니, 대권 도전을 위한 신호탄이니 하며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지만 안 교수는 정치적으로 이렇다 할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약 150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기부하기란 쉽지 않을 텐데, 기부 금액의 크고 작음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자신의 재산 절반이라는 것이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굴지의 재벌에게는 1500억 원이라는 돈이 그렇게 많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금액이 재산의 절반이라고 하면 그것은 다시 한 번 새겨 볼 일이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김밥 할머니가 자신의 전 재산을 1억 원을 장학재단에 기부한다거나 극구 이름을 밝히지 못하도록 하는 수억 원대의 기부자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전 재산 331억 원을 기부하는 대통령으로서의 좋은 본보기를 보였다. 정치인 가운데 가장 거부(巨富)인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도 2000억 원이라는 거액을 기부해 이목을 받기도 했다. 기업 총수들도 후학 양성을 위해 많은 기부를 하고 있지만 때로는 이 기부가 세금을 아끼지 위한 수단이나 증여를 위한 꼼수 기부로 전락하는 사례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정치인들의 기부는 위기를 느꼈을 때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 안 교수는 위기에 있지도 않고 특히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50%의 지지 여론을 가지고도 5%에 불과했던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하기도 했다. 이번 안 교수의 기부는 정치적인 해석에 앞서 자신의 재산 절반을 내놓은 것만으로는 대단한 결심이요, 행동이다. 우리 사회가 이 부분에 대해서 인정할 것은 해야 하는 것이다. 어느 기업 총수나 재벌이 자신의 재산 절반을 내놓은 적이 있는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는 상식화 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업 총수와 재벌의 대단한 결심과 의식,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안 교수는 우리 기업들과 지도층에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천을 강조했다. 안 교수의 정치적인 문제는 후에 그의 행보에 따라 판단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안 교수가 보여준 기업의 사회 환원 정신은 충분히 평가 받아 마땅하다. 그는 ‘평소 생각했던 기업 이윤의 사회적 환원을 실천했을 뿐’이라고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자신의 기부가 저소득층을 위해 쓰여 지기를 바란다는 자신의 의도가 정치적 목적의 기부로 오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설령 안 교수가 앞으로 제도권 정치에 뛰어든다 하더라도 그의 이번 기부는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마땅하다. 안 교수는 우리 국민들에게 작은 희망을 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그가 걸어 온 길을 보면 2040세대도 낙심할 일 만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정치 불신과 사회 지도층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져 있는 현 시점에서 안 교수의 기부가 정치나 사회전반에 걸쳐 작은 희망의 불씨를 당긴 것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앞으로 안 교수의 재산 절반 기부가 우리 기업들이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기부 문화로 이어지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편집국장 이응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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