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언론들은 마틴 템프시 함참의장의 행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9월 합참의장에 취임한 후 3개월동안 일선 부대를 순방하며 국방예산의 감축으로 인한 애로상황을 설명하고 군지도자들의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3일 그는 미국방대에서 열린 ‘애국자상’시상식에 참석, 또 한번 군의 현실과 군간부들의 역할을 강조해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국이 처한 천문학적 재정적자와 극심한 경기침체로 국방예산의 감축시대를 맞은 현실을 설명하고 “예산과 인력부족을 타령하지 말고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자리에서 감히 세가지를 약속한다”며 첫째는 원하는대로 군조직을 설계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인력부족사태를 예고했다. 둘째는 장비의 부족, 셋쩨는 안내와 지도의 원활한 공급지연을 들었다. 어쩌면 세계최강 미군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지만 마틴 템프시는 이럴 때 일수록 간부들의 지도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약속한 세가지는 약속이라기 보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간부들이 합심하여 지도력을 발휘, 어려움을 돌파하자는 당부에 가깝다. 템프시 합참의장의 언행이 주목을 받는 것은 어려울 때 사회의 지도자들이 취해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를 보여 줬다는데 있다. 일선부대를 일일이 돌며 현실을 말해주고 간부들의 분발을 강조한 그의 위기관리능력을 모두가 본받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위기때 지도자의 언행은 국민을 단합시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국면을 전환시켜 도약하는 전기가 되기도 한다. 케네디대통령은 “국가가 나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바라기 전에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라”는 말로 국민들이 국가에 대한 새로운 다짐을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는 구 소련의 팽창을 이런 단합된 국민의 힘으로 극복해냈다. 그것이 미국의 힘이었고 다양하고 자유분방한 미국인이 오늘날 세계최강의 국력을 자랑하는 밑바탕이 되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국회는 2012년도 국가예산 심의가 한창이다. 내년에는 총선이 있는 해라 국회의원들도 출신지역 민원과 숙원사업 예산확보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상대의원 예산을 지원하는 대신 자기선거구 예산을 협조받는 밀어주기식 절충도 눈에 띈다. 각 지자체마다 예산확보에 전력투구, 중앙부처와 여의도 주변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공무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인맥과 학맥을 쫒아 동분서주하고 고향출신 중앙공무원들에 줄대기가 한창이다. 그야말로 예산따내기에 나서지 않은 지자체가 없을 정도로 복마전이 벌어지고 있다. 예산의 적정성과 완급, 부대효과보다는 우선 우리지역예산부터 확보하자는 지역이기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다. 어떤 지역은 이런 로비로 예산확보는 성공했으나 일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해 불용예산으로 남기는 사례가 상례처럼 되고 있으나 힘의 논리는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은 올해보다 6.4%가 늘어난 238조원이며 이중 복지예산이 10.4%나 늘어난 61조원으로 전체예산의 25%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무상급식과 대학등록금인하, 영유아 보육지원등이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이로인해 각지역의 SOC확충과 개발사업은 당연히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이럴 때 국가예산의 요율적 집행과 적은 예산으로 성과를 극대화하는 지도력이 필요한 것이다. 예산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사기를 진작시켜 힘을 한데 모으는 리더십, 마틴 템프시 합창의장처럼 일선을 독려하고 지속적인 전진을 촉구하는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다. 예산규모가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예산의 적정성은 매우 중요하다. 국가예산이 힘의 원리나 정실에 좌우된다면 이는 그만큼 다른 지역이나 주요현안사업이 타격을 받는 사유가 된다. 따라서 막대한 경비를 들여가며 국회나 중앙부처 부근에 진을 치고 로비에 혈안이 되어 있는 지방공무원은 하루속히 철수시켜 나쁜 병폐를 근절시켜야 한다. 국회의원이나 지자체 공무원들이 공공연히 예산확보에 자신의 영향력이 컸다고 자랑하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우리의 예산은 적정성을 잃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시간과 비용을 아껴 리더십을 함양하고 능율을 극대화하는데 힘을 쏟았으면 좋겠다. 마틴 템프시처럼... 변 린(객원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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