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의 전자제품이 우리에겐 선망의 대상이었다. 혹시 이웃에 일본여행을 가는 사람이 있으면 전자밥통 하나쯤 부탁하는 일은 다반사였고 전자시계, 워크맨, 계산기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자제품하면 당연히 우리의 삼성, LG가 세계최고이다. 휴대폰과 컬러TV,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IT산업은 세계첨단을 걷고 있다. 뿐만아니라 자동차와 선박은 명실공히 세계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요즘은 K-POP등 문화트랜드가 각광을 받고 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이제는 원조를 하는 나라로 성장했고 지금 이시간에도 세계의 오지에는 우리의 봉사자들이 의료봉사와 문명퇴치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G20정상에 포함돼 개발도상국과 선진국간의 조정자역할을 담당해 세계가 그 위상을 공인하고 있는 주목받는 나라로 면모를 달리했다. 물론 시련도 많았다. 그동안도 북한의 도발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고 IMF라는 미증유의 경제파탄도 겪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우리는 단합된 힘과 하나된 국론으로 위기를 극복해왔다. 지금은 세계의 권위있는 신용평가기관이 우리나라의 신용도를 상당히 신뢰하는 수준에 올려놓고 있다. 그야말로 기적을 이룬 나라의 표본이다. 그러나 우루과이라운드의 파고와 한일협정에 따른 대일 개방때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반대의 물결로 나라전체가 큰 고통을 겪기도 했다. 우루과이라운드가 영향을 미치면 농업과 축산업은 당장 망할 것으로 생각, 농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했고 지적재산권에 대한 공포로 나라가 들끓었다. 뒤돌아 보면 우리는 스스로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불안에 떨었던 것이다. 우루과이라운드 체제 아래서도 우리는 지속적인 무역증대를 꾀해 왔으며 물밀듯 밀려올 것으로 생각했던 일본문화와 외국의 그것은 우리의 튼튼한 벽에 밀려 오금을 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우리의 의료수준은 세계최상급으로 성장, 일본을 비롯한 각지에서 의료관광을 오는 상황이며 K-POP은 꺼꾸로 일본열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미FTA는 어쩌면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과제가 아닌 숙명이거나 필연이 아닌가 싶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시장으로 수출이 경제성장의 근간인 우리로서는 결코 미국시장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미국이 동남아등 태평양연안국과 FTA와 같은 성격의 TPP를 추진하고 있고 일본도 고심 끝에 참여를 선언하고 나선 상황이다. FTA를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 이제는 국면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나라만이 냉혹하고 무한한 국제사회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한시도 잊어선 안되는 것이다. 국회에서 한바탕 소동이 있었후 통과된 한미 FTA를 보는 국민의 시각은 대체로 피할 수 없는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수의 경제학자들도 한미FTA는 정치적 시각이 아니라 경제적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빠른 시일내 국회의결을 촉구해 오던 터였다. 그러므로 한미 FTA는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FTA를 향후 성장동력으로 삼아 심기일전하는 국민적 각성이 절실하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금부터 우리가 겪게 될 문제와 우리가 우위에 서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유리한 점을 면밀히 분석, 대책을 세워 나가는 일이다. 철저히 경제원리로 접근,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고 취약한 부문을 보강, 선진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한미FTA에 대한 공은 이제 정부로 넘어갔다. 앞으로 대통령의 사인이 끝나면 한미간 실무접촉으로 발효시기를 조정하게 된다. 빠르면 내년 1월1일부터 발효될 가능성도 있다. 우루과이라운드와 한일문화개방과 같이 우려와 염려를 우리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전환할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 국민들은 한미FTA가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이라는 정치일정에 파묻혀 뒥전으로 밀리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정작 할 일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변 린(객원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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