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우리의 고유풍습 가운데 자랑으로 여기는 것이 정초나 명절 또는 축일을 맞이하면 덕망이 높으신 어른님들로부터 덕담을 듣기를 원한다. 이지함이 쓴 토정비결도 어떤 넓은 의미에서는 덕담이요, 교육이요, 격언으로 여겨진다. 50대 이상의 세대들만 하더라도 서양의 격언이나 동양의 속담을 정리하여 벽에 써 붙이기도 하고 살아가는데 보약과 항생제로 여기면서 격려와 금기사항 등을 골라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기도 했다. 성인이나, 철학가 또는 학자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며 그것을 지키기를 목숨 걸다시피 한 때도 있었다. 격언(格言)이란 말은 ‘사리에 맞아 교훈이 될 만한 짧은글이나 말’을 두고 격언이라 하고 또 같은 뜻으로 명언(名言)이라고도 한다. 격언과 아주 비슷한 용어로 속담(俗談)이란 단어도 있는데 “옛적부터 민간에 전하여 오는 알기 쉬운 격언 또는 잠언(箴言·가르쳐서 훈계가 되는 말)과도 같다. 영국 속담에 ”격언은 몇 마디 말로 깊은 뜻을 나타내는 천금의 의의가 있는 미덕의 싹”이라 했다. 길거리나 관청이나 학교 같은 공공의 장소에 가면 간결한 문구(文句)가 눈에 쏙 들어오고 귀가 번쩍 뜨일 때가 있어 한동안 음미하여 암기하거나 쪽지에 적어 온다. 한 조그마한 자영업자가 자기의 가게에다 희망이 되고 힘이 되는 좋은 말씀들을 챙겨 두었다가 일주일 간격으로 번갈아 게시해 두고 주인도, 찾아오는 손님도 읽고, 좋은 것 있으면 알려달라 하면서 수십장을 벽에 붙여두었다. 하루 15시간씩 배달하고 설거지 하며 서빙까지 하면서 고단한 몸을 지탱할 수 없어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12번씩 결심할 만큼 힘이 빠지고 고단한 가운데서도 한 쪽 벽에 적힌 한 마디 명언에 혼자 씩 웃고 말았다고 한다. ‘우리에게 큼 기쁨은 절대 쓰러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쓰러졌을 때마다 다시 일어나는 것’ 이라는 말이다. 이 말씀은 공자님이 자주 쓰던 말로 이 격언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는 것이다. 그 말에 응답이라도 하듯이 한 손님이 예쁘장한 글씨로 벽 한가운데 한 장의 글을 남기고 갔다. ‘계속 전진하는 사람에게는 결국 성공이 기다리고 있다’는 격언이다. 이런 조그마한 행사가 가게를 번창케 했고 격언처럼 돈을 많이 번 이야기다. 사람이 실패해 쓰러졌을 때 주위에서 따뜻한 위로와 용기있는 말씀으로 격려해 준다면 엄청난 힘이 생긴다고 그 가게 주인은 말한다. 격언이란 본질적으로 귀족적인 장르다. 격언에 함축되어 있는 것은 그 작자가 독자보다 더 현명하다는 확신이다. 손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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