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에 즐겨 불렀던 노래 중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노랫말이 있다. 깊은 산 오솔길 옆 조그마한 연못에 예쁜 붕어 두 마리가 다정하게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두 마리의 붕어가 싸워 그 중 한 마리가 죽었다는 것이다. 그 연못은 죽은 붕어의 살이 썩어 들어가면서 물이 오염돼 나머지 한 마리도 죽었으며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여 아무것도 살수 없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그 시절 우리의 가요는 대게 남녀 간의 사랑이나 이별의 슬픔, 젊음의 낭만이 주류를 이뤘으나 유독 이 노래가 강한 인상으로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환경에 대한 문제가 날로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물부족으로 고난을 겪고 있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는데다 아프리카와 동남아 일부국가에서는 오염된 물로 인해 죽어가는 어린이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상수도의 보편화로 지금은 물걱정이 없지만 앞으로는 물부족국가로 전락할 요소를 안고 있다. 어린 시절만 해도 강물을 식수로 사용했고 지하수와 약수가 지천으로 개발돼 깨끗한 물을 마셨으나 지금은 지하수마저 오염돼 식수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래가사처럼 산속 옹달샘은 대부분 오염돼 그냥 마시기에는 위험이 뒤따른다.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와 정부 8개부처는 최근 '기후변화의 새로운 양상과 기본대응 방향'이라는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했다고 한다. 이 보고서를 본 대통령은 깜작 놀라 국민에게 발표하기 전에 다시 한번 검토해 보라고 했지만 유엔과 셰계기상전문기관의 자료로 검증한 결과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곧 국민에 공개돼 향후 대책마련에 활용될 것이라 한다.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으로 보면 한반도는 과거 100년(1912~2010)보다 향후10년(2011~2020)의 기후변화가 4배이상 빨라져 10년 이후에는 연중 평균기온이 1.5도 이상 높아진다는 것이다. 강수량도 9%가 증가, 연1,378mm가 내릴 것으로 예측됐다. 극지대 빙하가 녹아내려 한반도의 해수면은 27cm나 높아져 해변의 침수와 해수가 강 깊숙이 스며들어 생태계의 변화가 불가피 하다는 것이다. 2050년이면 겨울은 27일이나 줄어들고 여름은 19일이 늘어나 아열대성 기후로 변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여름에는 폭염과 열대야가 일상화되고 집중호우와 국지성 호우도 잦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기후변화는 강과 항만, 바다 등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해수면의 상승은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농수축산도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 아열대성 작물을 개발해야 하고 기존 작물들도 아열대성 기후에 내성을 갖는 작목으로 개량해야 한다. 생태계도 혼란을 가져올 것에 대비, 지금부터 보호할 것은 보호하고 막을 것은 막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후조건에 맞는 SOC의 구축이다. 이명박대통령은 라디오방송에서 올 겨울 당장 전력난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전력소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소비수준이 높고 경제성장률을 앞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전력소비 피크가 여름에서 겨울로 옮겨 진 것은 난방수요의 급증에 따른 것이다. 발전소의 증가로 인한 전력생산량보다 소비가 급격히 늘어나는데 원인이 있다고 한다. 이같은 수요공급의 불균형은 앞으로 에너지 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부문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그 원인이 기후변화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급격한 기후변화에 대한 해법은 녹색성장이다. 모든 산업구조를 저탄소 천연에너지로 전환하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변화에 적극 대처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자원을 녹색성장에 맞추고 국가의 성장동력을 기후변화에 맞춰야 한다. 국가의 성장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먼 장래가 아닌 10년이내에 닥쳐올 변화에 우리는 너무 안일한 것은 아닐까. 어쩌면 FTA보다 더 중요한 현안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그런데 정치는 아직도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변 린(객원논설위원.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