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위기는 쇄신파와 박근혜전대표의 극적인 만남으로 봉합단계에 접어 들었다. 일부의원의 탈당과 홍준표대표의 사태로 미로에 빠졌던 당이 소통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쇄신파를 만난 박근혜대표는 "뼛속까지 바꾸겠다"는 말을 여러차례 반복할 만큼 개혁의 의지를 다졌다. 지금의 상황을 천막당사 시절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상황인식도 쇄신파의원들을 공감케 했다. 당의 재창당요구에 대해 박전대표는 재창당 수준을 뛰어넘는 쇄신을 하겠다며 필요하면 당명도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쇄신파의원들은 박전대표와 자신들의 뜻이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고 정두언, 원희룡의원등도 박전대표의 뜻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쇄신파는 총선공천에 대해서도 박전대표를 신뢰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전대표는 15일 2년7개월만의 의총참석으로 쇄신파의 요구를 수용하는 자세를 보였다.
이제 한나라당은 어떻게 쇄신하느냐를 놓고 지혜를 모으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쇄신의 핵은 인적쇄신이다. 당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위신이 추락한 것도 인적문제였던 점을 감안하면 당쇄신의 성패는 인적쇄신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전대표는 이에대해 몇몇사람이 공천권을 좌지우지해서는 안된다며 우리나라 정당사에 모범사례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공정하고 신뢰받는 공천을 이루려면 선행되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친박과 친이로 양분되어 있는 계파의 해체이다. 이는 비상대책위원회의 칼자루를 쥐게 된 박전대표가 먼저 개파해체를 솔선수범해야 한다. 박전대표를 둘러싸고 있던 친박 핵심인사들도 스스로 기득권을 포기하고 계파해체에 앞장서야 한다. 그것이 당을 살리고 박근혜대세론을 외연시켜 나가는 길이다. 친이그룹도 이제는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고 당이 쇄신의 길로 가는데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지금의 한나라당을 만든 집권세력의 책임을 감수하는 의미에서도 그들의 계파해체는 필수적 선행조건이다. 인사가 만사라 했듯 인적쇄신은 당개혁의 새로운 출발점이다.
한나라당의 정체성은 중도보수이다. 이는 급진적 개혁과는 차별화를 이룬다. 그러므로 개혁을 빌미로 당의 정체성을 바꿔선 안된다. 그것은 지지계층을 바꾸는 일이며 노선을 바꾸는 것과 같다. 일시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당의 노선을 바꾸는 것은 더 큰 위기를 자초 할 수도 있다. 정체성은 지키되 국민이 바라는 바를 겸허히 수용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개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나라당은 당명을 바꾸는 일에 신중해야 한다. 그것보다는 국민에게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다. 과거의 잘못을 떨어내기 위해 옷만 바꿔입고 나온다면 국민들은 그런 정치집단을 신뢰하고 지지할리 없다. 정당은 창당이후의 영욕을 함께 짊어지고 가야한다. 지금 한나라당이 과거 천막당사시절의 절망과위기를 반추하듯이 욕된 부분은 자신들을 채찍질하는 교훈으로 삼고 업적은 당의 연속성과 빛나는 전통으로 삼아 더욱 키워 나감으로써 국민의 지지를 이어가는 것이 전통있는 정당의 모습이다.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이 서로 정권을 주고 받으면서 수백년 전통을 이어가고 영국의 노동당과 보수정당이 세계민주주의의 귀감으로 살아있듯 우리도 모든 영욕을 걸머지고 날마다 달라지는 정당의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지금 당이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 해서 과거의 부끄럽고 오욕된 전력을 당명변경과 함께 떨어버리겠다는 생각은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도 있다. 한나라당의 천막당사에 국민들이 지지를 보낸 것은 오욕된 행위들을 통렬히 반성하고 새역사를 쓰겠다는 각오를 믿었기 때문이다.
정치의 계절이 돌아와 우리지역에도 총선예비후보들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중앙정치가 새판을 짜는 것과 때를 같이해 정치신인들의 출현이 눈에 두드러진다. 나라의 정치가 과거의 잘못을 벗고 새판을 짜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지방정치도 바뀌어야 한다. 누가 새정치에 걸맞는 인물인지를 가리는 것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변 린(객원논설위원.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