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한동안 옮겨졌던 뉴스의 초점이 다시 국내정치로 모아지고 있다. 뼛속까지 쇄신하겠다는 한나라당은 비대위원을 선출해 쇄신을 본격화했고 민주통합당은 예비경선을 마무리 했다. 양당의 인적구조는 향후 정국을 가늠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 한나라당은 쇄신을 전제로 합리적 보수인사를 대거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반면 민주통합당은 친노시민세력의 약진이 돋보여 앞으로 호남세력과의 경쟁과 두 세력간의 조화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비대위를 구성하면서 26살의 하버드 출신 젊은 사람을 발탁하는등 상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인선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무료과외로 배움을 나누는 사람의 발탁은 이 시대의 트랜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결과로 보여지며 합리적이면서도 온건한 보수라는 정체성은 앞으로 당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는듯 하다. 비대위원에 뽑힌 김종인 전청와대 경제수석이 "한나라당은 존재가치를 잃어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한데서 적잖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무엇보다 합리적 보수가 소통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겉보기에는 오월동주의 양상을 띄고 있어 향후 세력재편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이번 예비졍선을 계기로 호남세력만으로는 당의 미래를 이끌어 갈 수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한명숙, 문성근의 약진이 그러하고 이학영 YMCA사무총장과 박용진 진보신당부대표등 시민사회 세력의 전면부상이 그같은 사실을 말해준다. 문재인과 문성근, 김정길은 벌써부터 낙동강벨트를 구축, 부산경남에서 옛 세력을 규합해 교두보를 구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세균, 정동영, 손학규등 대선후보군으로서는 변수로 등장할 공산이 매우 크며 김두관등 숨어있던 친노세력의 전면부상이 현실화 될 것이 분명하다.
연말에 불어닥친 정치변화는 다가오는 새해 정국의 불확실성을 예고하고 있다. 각 정당의 재편은 새로운 지지세력을 형성, 정치지형을 바꾸고 디가오는 총선과 대선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그 잣대는 보수세력의 환골탈태와 진보정당의 일관성에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많은 국민들이 한나라당이 보수를 대변할 수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어 이제는 보수의 트랜드를 바꾸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보수는 지지하는데 소통이 없고 일방적이며 독선과 아집에 가득차 있는 그런 보수는 싫다는 것이다. 자유경제체제에서 선의의 경쟁과 능력의 존중은 마땅하나 갈수록 깊어가는 빈익빈 부익부와 부자들의 부도덕성은 더 이상 보수의 보호를 받아선 안된다는 인식을 받아들여야 한다. 한마디로 이제는 보수도 변화에 민감해야 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국민들은 변화를 예고한 한나라당에 '보수의 대변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에서 예고되고 있는 것은 노무현시대로의 회귀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갖는 것은 적어도 그때는 권위가 없었고 서민들을 중심으로 정치를 하려했다는 향수가 남아있다. 지금 정부가 권위적이고 소통이 막혀있고 가진자 위주라는 인식이 그때의 향수를 더욱 짙게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의 친노편향은 당내갈등은 물론 국민들의 절대지지를 얻지는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민주통합당도 한나라당의 환골탈태와 버금가는 변화가 있어야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연초부터 불어닥칠 정치바람을 올바르게 감상하는 방법은 어느정당이 얼마만큼 변화하느냐이다. 변화가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대절명의 위기의식이 있어야 한다. 또다시 자리다툼과 세력확장의 구태를 재연한다면 이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소치이다. 국민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가 쌓일 때까지 변화하는 정당의 모습을 보고 싶다. 20112년은 자유경제체제아래 국제사회가 무한경쟁의 시대에 접어들고 우리의 정치는 격변의 시대를 맞아 진화하는 한해가 돼야 할 것이다.
변 린(객원논설위원.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