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의 사육두수가 3백만마리를 넘어서면서 우려했던 ‘소 파동’이 현실로 나타났다. 한우협회는 소값이 턱없이 떨어져 생산비에도 못미치자 상경투쟁을 하겠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당장 암소 30만마리를 정부가 수매하라고 요구하고 나섰으며 뜻이 관철되지 않으면 소 1천마리를 서울도심에 풀어놓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실제로 소값을 보면 농민들의 울분에 충분히 이해가 간다. 서울 도심식당에서 한우소고기를 주문하면 등심 1인분은 3만원이 정가이다. 그러나 생후 1주일된 육우는 1마리에 1만원에 거래된다고 한다. 그것도 사가는 사람이 없고 간혹 사가는 사람이 있으면 파는 사람이 사료용 우유 1포대를 덤으로 얹어준단다. 말이 마리당 1만원이지 사실상 값이 없으며 거래가 아예 이루어 지지 않는 실정이다. 이를두고 축산농가들은 송아지 3마리를 끌고 가야 등심 1인분을 먹을 수 있으니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한심하다는 표정이다. 생산지 소값이 떨어지면 시중 판매가도 내려야 하는데 서민들이 사먹는 소고기값은 그대로인데 산지 소값만 끝간데를 모르고 떨어지니 농민들의 눈이 뒤집어지지 않을 수 없다.
농촌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 소사육의 적정수를 250만마리 내외로 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소사육두수는 이미 3백만마리를 넘어섰다. 덩달아 소값도 하락하기 시작, 2010년 암송아지 1마리에 236만8천원선에 거래되던 것이 지난 4일에는 94만9천원으로 1백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2년전 큰암소(600kg) 한 마리는 524만원선이었으나 지금은 369만원선이다. 30%이상 값이 내린 셈이다. 그러나 사료값은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니 소사육농가가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듯 정부가 대책을 내놨다. 수입소고기로 공급하던 군대의 육류공급을 한우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남아도는 암송아지 30만마리의 소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이다. 정부의 이같은 정책은 소고기 소비촉진에 어느정도 도움이 될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정부는 우선 한우농가가 안정적으로 소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은 사육두수를 적정선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적정두수 이상은 도태하거나 정부가 수매해 가격의 안정을 기하고 사료값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고기 유통구조이다. 산지 소값은 턱없이 내리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사먹는 소고기값은 그대로이니 소비진작을 꾀할 수가 없다. 도시 식당가는 소고기를 찾는 손님이 없으니 값을 내릴 수도 없어 어쩡쩡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한다. 소고기 유통단계가 많게는 5단계를 거치면서 인건비와 자릿세등이 가격의 70%를 차지해 산지가격하락은 유통가격에 별 영향이 없다는 상인들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진다. 한마디로 산지값은 내려도 소비자들은 지금의 높은 가격으로 사멱어야 한다는 계산법이 나오니 소비촉진으로 인한 한우농가의 경기부양, 수요공급의 원칙은 통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소고기 시장은 이제는 그야말로 제로섬게임이다. 최근에는 광우병파동으로 수입이 금지된 캐나다산의 수입까지 허용된 상황이다. 국내수요는 일정한데 가격경쟁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았으니 생산기반이 약하고 생산비가 많이 먹히는 국내 한우의 경쟁력은 날로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머잖아 축산농가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사태가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제부터라도 소비를 촉진할수 있는 대책을 세우고 유통과정을 제대로 세워 소고기값을 안정시켜야 한다. 값이 싸야 사먹는다는 지극히 당연하고 단순한 논리에 충실해야 한다. 그것이 한우농가를 살리는 길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남아도는 30만마리의 암소를 정부가 수매하는 일이다. 사육두수의 적정선이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세해벽두부터 한우농가들이 서울의 찬 겨울 거리에서 소떼와 함께 시위를 벌이는 일이 없도록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숙의해야 한다.
변 린(객원논설위원.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