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돈봉투시비는 일파만파의 후유증을 일어키고 있다. 한나라당 당대표선거때 거액의 돈봉투가 오갔다는 고승덕의원의 폭로는 검찰수사로 이어져 고의원은 검찰에 출두, 사건의 진상을 털어놨다. 용의선상에 박희태국회의장과 전 한나라당대표 안상수 의원이 올랐다.여당의 파동속에 야당도 돈정치와 무관치 않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여당쪽에서 나온 말이라면 물타기니 뭐니 하면서 또다른 물타기가 있을 법하지만 야권 자체에서 나온 말이라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돈정치는 오랜 관행이라해도 달리 변명할 말이 없다. 전국구 국회의원과 비례대표는 당비라는 명목으로 거액의 돈이 오갔고 보스정치, 계보정치를 해온 보스와 계보의 우두머리는 돈으로 세력을 규합, 당권을 차지해 오기도 했다. 한나라당이 당쇄신을 위해 지혜를 모으는 과정에서 터져나온 돈봉투시비는 당내에서도 차라리 잘된 일이라는 시각이 없지않다. 당이 쇄신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앞에 서기 위해선 차제에 털 것은 털고 가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돈봉투사건은 만약 사실로 드러난다면 걷잡을 수 없는 후유증이 뒤따를 것이다. 돈봉투를 돌린 사람과 돈봉투를 받고 돌려주지 않은 사람이 모두 어떤 방법으로든 제재를 받게 될 것이고 그 범위는 어디까지 미칠지 상상하기 어렵다. 일부에선 현역의원 70%이상의 물갈이설을 점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당쇄신위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놓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과거에도 총선을 앞두고 찻떼기시비에 휩싸여 당이 위기에 처한 적이 있다. 그때도 박근혜대표가 수습에 나서 천막당사로 국민앞에 자성하는 모슴을 보여 총선에서 참패의 위기를 벗어났다. 한나라당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돈봉투사건은 어떤 방법으로든 털고 가야한다. 국민이 납득하지 않으면 당쇄신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특히 돈에 관련된 나쁜 관행은 차제에 깨끗이 털어내야 한다. 모든 부패는 돈에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성역없는 수사로 진실을 파헤쳐야 하며 그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당의 새로운 진로에 걸림돌이 되지 않게 정리해야 한다. 돈봉투에는 여야가 없다. 야당도 이번 한나라당의 파동을 거울삼아 자체적인 정화운동을 벌여야 한다. 우리는 무관하다는 땜질식 처방은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다. 한나라당이 겪고 있는 엄청난 내홍의 불똥이 자신들에게도 튀는 것을 막기위해 전전긍긍한다면 그것은 더 큰 재앙을 낳을 것이다. 모든 정치권이 돈봉투와는 무관해지는 시스템이 우리의 정치판을 지배할 수 있도록 자제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그것이 정치가 신뢰를 받는 첫걸음이다. 한나라당은 당쇄신위를 가동하면서 뼛속까지 쇄신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당을 재창당하는 마음으로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여기에서 쇄신의 끝이 어디인지가 궁금하다. 당명을 바꾸고 사람을 교체하는 선에서 마무리한다면 그것은 참다운 쇄신이 아니다. 단언컨대 쇄신에는 성역이 없어야 하고 끝간데가 없어야 한다. 잘못된 관행을 일신하고 제도를 바꾸고 문제가 있는 사람은 성역없이 가려내 제외시키고 청신한 기풍을 진작시켜 국민이 믿고 따르고 공감하고, 고통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정당이 돼야 제대로 쇄신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참 쇄신은 정당이 정당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는 것이다. 보수든 진보든 당의 정강정책에 따라 정책을 개발하고 국민의 지지를 호소하고 국민들의 표심을 겸허히 받아들여 지지받지 못하면 국민의 뜻을 존중하여 변화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올바른 정당의 모습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하며 기득권을 누리는 방패박이가 된다면 그것은 정당의 참 모습이 아니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것이 정당의 참 모습이다. 국민이 정권을 맡기고 싶도록 신뢰를 쌓고 지지를 끌어내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정당이다. 따라서 쇄신은 성역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 방법이 창당이든 인적쇄신이든 상관없다. 깨끗하고 희망을 주는 바뀐 모습이면 되는 것이다. 변 린 (객원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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