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 논쟁이 한창이다. 한나라당 쇄신위는 현역 국회의원의 25%인 34명정도를 물갈이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반발도 만만찮다. 친이계를 배제하려는 음모라는 주장이다. 이재오의원은 일련의 움직임이 자신을 겨냥한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분당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물갈이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대상자를 더 늘여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물갈이는 필요하다. 어릴 적 동네 공동우물은 일년에 한번쯤은 대청소를 통한 물갈이를 했다. 여럿이 공동으로 사용하다 보니 이물질이 우물에 빠져 쌓이는등 오염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이날이면 동네에선 한바탕 잔치를 벌였다. 엄숙히 제를 올리고 농악대가 지신을 울린후 몸을 정갈하게 한 주민 몇이 우물속에 들어가 대청소로 물갈이를 했다. 물갈이는 수족관과 다중이 사용하는 물탱크등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물갈이를 신중하게 하지 않으면 더 큰 화를 자초한다. 사람은 물을 갈아 먹다가 배탈을 만나거나 얼굴과 피부에 알레르기현상이 나타나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맑은 물로 갈아 기존의 물도 정화하려는 시도가 구정물로 인해 오히려 기존의 물도 썩게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물갈이는 반드시 필요하나 신중해야 한다. 오염이 무서워 물갈이를 미루다간 전체가 썩을 수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25%라는 상한선에 매일 것이 아니라 썩은 곳은 도려내겠다는 의지로 모든 환부는 도려내야 한다.
물갈이를 공정하게 하려는 시도중에 하나가 쇼셜네트워크 서비스 실적을 반영하는 'SNS역량지수'이다. 하버드를 나왔다는 20대 비대위원이 고안한 산출방식이다. 수학의 어려운 공식중 하나인 시그마와 로그까지 동원해 팔로어수와 팔로잉수, 트위트수에 가중치와 일정 배점을 준 방식이다. 신인이 기득권자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단점을 보완한 방식이라고 한다. 이 공식이 향후 물갈이와 공천에 적용될지는 모르지만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다가오는 총선은 지난 4년을 청산하고 대선에서 정권을 두고 다투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여당은 부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부족한 소통과 지난 5년집권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계층간의 소통부족을 통렬히 반성하고 미래의 트랜드인 소통을 제도화하기 위한 시스템은 갖춰야 한다. 야당도 국민의 심판에 자유로울 수는 없다. 걸핏하면 거리로 나가 국가최고의 의결기관인 의회를 무능케 만든 책임을 져야 한다. 여당처럼 돈선거에도 무관치 않아 치열한 자기 검증을 거치지 않으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철저하게 검증하고 선택해 당을 대표하는 후보로 삼아야 한다. 지금이 그런 난제를 풀어나가는 중요한 시기이다. 우물을 치고 수족관과 물탱크를 청소하는 것이 그들의 몫이다. 이후에 맑은 물을 채우는 것은 국민의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 다만 국민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훌륭하고 능력있는 사람을 추천하는 것은 정당이 할 일이다. 그 기준은 지역민이 이름을 들으면 기분이 좋은 사림이면 족하다. 평소에도 남에게 기여하고 바른 길을 걸었던 사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당공천이후 일꾼을 뽑는 것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대중의 지성과 선택을 믿으면 된다. 그것이 민심이고 천심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위기때마다 국민들의 탁월한 선택으로 고비를 넘겨왔다. 어느 한쪽이 교만하고 나태해졌을 때 채찍을 들었고 실의에 빠진 정치집단에 표를 몰아 견제할 수 있는 힘을 불어넣어 주기도 했다. 그것이 대중의 힘이다. 정치는 대중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면 실패다. 그래서 정치는 민심에 바탕을 둬야 한다. 물갈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민심을 모르는 사람이다. 다만 물갈이가 맑은 물이 솟구쳐 오르도록 하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시그마와 로그가 동원된 공식이 아니더라도 민심을 살피면 물갈이 대상은 이미 드러나 있다.
변 린(객원논설위원.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