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유의 속담 가운데 “소꼬리 보다는, 닭 대가리가 낫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일에던 1등이 최고란 뜻이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분야에서 수많은 시간을 두고, 거듭 훈련하고, 정성을 쏟으며 달인이 되길 원한다. 예를 들면 100m 달리기가 주종목인 육상선수는 하루 종일 100m만 달린다. 오전에도 수 십 번, 오후에도 수 십 번 장구한 세월 동안 그 분야에 최고가 되기 위해서 같은 일을 수없이 반복한다. 아침에 했고, 어제도 했으니 오늘은 그만 두는 것이 아니라 오늘도 끊임없이 같은 일을 늘 반복하며, 오직 마음속에는 최고의 승리자가 되기만을 염원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최고가 최대의 대접을 받고, 인정을 받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중국의 남부도시요 3대 도시 중 하나인 광저우에 아시안게임이 성황리에 끝을 맺었다. 전 세계의 화려한 찬사를 받으면서 모두가 굉장했다고 한다. 우리 한국도 45개 나라 중에서 당당한 2위, 또한 대단했다. 42억을 가진 아시아는 세계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며 참가 나라도 많았다. 그 결과를 놓고 본다면 어느 나라가 금메달 수를 얼마나 가지느냐에 등위가 정해진다. 그야말로 최고를 뽑는 대회로 전락해 버렸다. 은메달도 상당한 업적인데 그리 반가워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전혀 예상치 않았던 무명의 선수가 동메달이라도 따면 그것 또한 커다란 뉴스거리이다. 선수나 감독이나 국민들은 제1의 선수가 돼 최고 높은 단상에서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기를 갈망한다.
서양의 격언집에 보면 “최고의 상태는 최하의 상태에서 생긴다”는 말이 있다. 제1이 되고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기초부터 닦아야 한다. 그리고 최고를 위한 지대한 노력과 신념도 중요하다. 볼테르의 철학사전에 보면 “최고는 차선의 적”이라 했다. 철학자 키케로의 ‘웅변가(家)’라는 책에서도 “그대가 최고의 지위를 열망한다면 제2의 또는 제3의 지위에서 멈추는 것이 수치가 아니다”라고 했다. 공부나 시험은 등위에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스포츠의 제1은 대단하다. 제2는 묻히고 제1이 최고임을 숭배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헨리 8세’에 보면 “나는 모든 위대함의 최고점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 영광의 극점에서 이제 나는 파멸로 줄달음 치고 있다”는 것이다. 제1에 실패하는 자는 반드시 재기하려는 욕망을 가진다.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언제나 거기엔 최고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 이유는 최고에 대비해 최선에 기대를 걸기 때문이다.
손경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