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은 입춘이다. 24절기중 첫 번째인 입춘은 새해를 상징하는 절후로 옛부터 이날 여러 가지 행사가 펼쳐졌다. 그중 하나가 춘축(春祝) 또는 입춘축(立春祝)이라고 하는 입춘첩을 대문이나 대들보, 천장에 써붙이는 일이다. 세시풍속으로는 입춘굿이 있고 이날 농악을 울리기도 했다. 입춘은 농사의 기준이 되는 24절기중 첫 번째이기 때문에 보리뿌리를 뽑아보고 흉풍을 가늠하는 농사점도 세시풍속으로 남아있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입춘을 깃점으로 봄소식이 들려온다는 것이다. 곧이어 매화가 피고 눈속에서 복수초가 노란 꽃잎을 열고 고개를 내미는 날도 머지 않았다며 매서운 추위를 견디어 내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한반도의 기후가 심상찮다. 작년 겨울 우리는 43년만의 강추위에 시달렸다. 추위로 인한 피해가 잇따랐고 많은 농작물들이 동해를 입어 올 신선채소 가격과 수급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과일나무들이 얼어 흉작을 면치 못했고 사상최대의 과채류 수급난으로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지난 1일 서울의 아침기온은 영하9도로 55년만의 강추위였다. 3일 아침기온은 영하 12도까지 곤두박질쳤다. 이같은 추위는 유럽에도 들이닥쳐 벌써 50여명이 동사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유독 1월의 기온은 최근 몇해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북극얼음이 녹아내리면서 대륙성고기압이 이상발달한데서 기인한다고 한다. 극지방과 중위도 사이의 기압차이가 줄면서 찬공기가 밀려나와 한반도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일본도 엊그제 5m의 폭설이 내린 곳이 있을 정도로 기후변화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대지진이라는 재앙을 겪은 터라 일본인들이 느끼는 불안은 더욱 심각하다. 얼마전 대지진때 수많은 토쿄인들이 귀가하지 못해 혼란을 겪은 경험을 되살려 노숙훈련까지 시행한 터이다. 올 한반도 추위는 2월내내 계속될 전망이라고 한다. 최근 미국과 프랑스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를 시뮬레이션 한 결과 북극의 해빙은 예상보다 4배이상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얼음속에서 사는 북극곰이 점차 북으로 북으로 이동하고 있고 그마저 삶의 터전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북극얼음이 녹으면 해수면이 높나지는 것은 물론 해수로 인한 온난화의 가속화라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빙하를 수원으로 하는 호수와 강이 말라 농용수는 물론 식수난에 봉착하게 되고 많은 섬나라들이 수몰될 것이라고 한다. 일부 과학자들은 바다밑에 고체상태로 존재하고 있는 하이레이드라는 가스덩어리가 지구온난화로 녹으면 그 피해는 가공할만한 피해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매장량이 10조t에 이르며 폭발할 경우 지구상에 존재하는 원자탄의 10만배에 가까운 위력이라니 가히 그 파괴력에 짐작이 간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난은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태국의 대홍수, 미국의 토네이도, 일본의 폭설, 유럽의 강추위등이 현실적으로 인류가 겪고 있는 온난화의 피해이다.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 2월 혹한보다 더 큰 재앙이 불어닥칠지 모른다. 동해바다에 명태와 오징어가 사라지고 아열대성 어종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식물의 분포도도 북상해 감나부, 대나무의 성장한계선이 올라갔다. 제주도를 비롯한 남해안에는 열대성 작물의 재배가 가능해졌다. 농어업의 패턴이 달라지고 재난도 대형화될 것이다. 대개 입춘축(立春祝)은 한해동안 마음에 새기고 지향하고 싶은 소망을 담아 써붙인다. 자작하기도 하지만 유명시인이나 학자의 글귀를 시시때때로 쳐다보며 교훈으로 삼자는 뜻이다. 입춘대길(立春大吉)이라는 글귀도 무사안일을 기원하는 입춘축에 속한다. 그러나 수십년만의 강추위를 견디고 있는 우리에게는 봄이 멀게만 느껴진다. 그보다도 추위로 인한 재난을 걱정하고 있다. 늘상 경각심을 갖고 전 인류가 지구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올겨울은 유난히 추워서인지 북극해빙을 실감한다. 입축축을 붙이며 입춘지절에 추위로 입을 피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변 린(객원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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