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속에서도 세월은 흘러 입춘이 지나더니 설명절의 끝자락인 대보름을 맞는다. 둥근 보름달을 보며 한해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고 액운을 땜하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농악대의 지신밟기로 신명을 돋구고 달에 소원을 빌고 나면 슬슬 한해 농사준비에 들어가는 것이 우리의 세시풍속이다. 그러나 칼바람은 아직도 살갗을 후벼파고 땅을 동토로 만들어 봄은 아직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특히 우리네 농촌을 보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아니라 영원히 봄은 올 것 같지가 않다. 달집을 지어놓고 보름날 행사를 해도 아이와 젊은이는 찾기 힘들고 노인들의 상심어리고 병든 모습만 보인다. 기력이 떨어져 올 농사를 어떻게 지을까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농사를 지어도 춤추는 물가와 판로를 걱정하고 있다. 희망이 없고 미래가 없으면 그곳은 황무지와 다름없다. 지금 우리농촌이 그러하다. 농촌인구가 200만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10년새 34%, 백만명이 줄어들었다. 그마저 65세이상 고령이 전체의 36.2%에 달한다. 농가소득도 1,103만원으로 전년에 견줘 6.8%가 감소했다. 오는 2017년이면 농가소득도 1천만원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고령화로의 급속한 이행으로 아기울을소리 대신 신음소리만 늘어난 우리네 농촌의 현실이다. 좀더 자세히 속을 들여다 보면 대부분의 농민들은 농업이 직업이 아니라 자급용과 도시에 나가있는 자식들에게 보내줄 량만큼 생산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농업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이 기업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정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아침일찍 농촌지역 시외버스 터미널을 찾아보면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승객은 읍내나 인근 도시의 병의원을 찾아나선 노인들이다. 오랜 농삿일로 농업병이라는 직업병을 얻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로인해 농촌인근의 소도시는 오히려 인구가 늘어나는 현상을 빚고 있다. 우리네 농촌은 점점 거대한 병동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야의 쇄신과 정책경쟁이 한창이다. 모두다 국민의 지지를 얻기위한 방책이다. 특히 복지정책은 다가올 총선의 핵심트랜드가 될 것이다. 여당은 ‘맞춤형 복지’를, 야당은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고 있다. 여당은 성장이 복지의 출발점이라는 인식아래 성장과 일자리, 복지의 순환고리를 확충해 나갈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그 구체적 방안이 투자확대와 고졸취업, 문화,관광 글로벌 일자리등이다. 복지는 생애 주기별 수혜대상별 복지와 어린이 보육비지원, 대학등록금인하, 주거안정, 필수의료, 장애인 자립과 사회참여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보편적 복지로 3+3정책을 내놨다. 무상급식, 무상교육, 무상의료에 반값등록금, 주거복지, 일자리 복지를 더한 것을 말한다. 양당의 복지가 지향하는 곳은 비슷하지만 그것이 보편적이냐, 맞춤형이냐로 대립한다. 얼핏 생각하면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엄청난 차이를 내포하고 있다. 모두에게 똑같은 복지혜택을 주는 것과 우선 소외된 곳부터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필요예산 규모가 달라진다. 당연히 재원확보라는 난관에 부딪힐 수도 있다. 반면 보편적 복지는 균등하다는 잇점이 있다. 여야 공통점은 이러한 복지정책이 청년층과 유아교육등에 편중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다분히 선거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한 청년층의 표심을 겨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복지는 농촌이 더 시급하다. 보편적이든 맞춤형이든 그들을 외면 할 수 없는데도 정책은 뒤따르지 못한다. 농촌복지가 획기적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농촌인구는 더욱 줄어들고 그 속도는 가속화 돨 것이다.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들이 노동력을 잃을 시기가 머잖았고 젊은 이들은 복지시설이 없고 교육적 환경이 열악한 농촌을 선호할 리 없다. 농촌피폐가 눈에 보인다. FTA를 탓할지 모르지만 정작 절실한 것은 현상유지라도 해나갈 복지이다. 교통수단이 없어 완행버스를 타고 읍내에 나가 진료를 받는 병든 노인들의 행렬은 오늘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복지정책으로 내놓은 교통약자 택시도 농촌에는 없고 인근 도시에도 늦게 귀가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야간운행은 생색용으로 복지와는 거리가 멀다. 대보름 휘영청 밝은 달에 우리의 농촌이 그대로 비치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변 린(객원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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