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 되면 말이 많아진다.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자기의 자랑에서 남을 비방하는 말까지 나라가 시끄럽고, 지역이 구설수에 오르내리면서 정신이 없다. 모두가 하나같이 나 아니면 안된다는 용단 앞에 자기선전에 몰두하다가 선거가 끝난다. ‘나 아니면 안된다’는 구호아래 선거전이 뜨겁지만, 그 사람 없이도 잘지내 온 것 보면 세상은 정말 묘하다. 말은 적게하면서 신념과 신의로 실천의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준다면 그사람이 정말 존경의 대상이 될 지역의 대표이다. 선거가 끝나면 부정선거라는 후유증이 대두되고, 고발, 고소사건이 줄을 잇게된다. 사법부는 선거사범으로 몇 년이 바쁘게 되고 시시비비가 가려져도 그 아픔은 정잘 오래 뻗힌다. 사건은 분명히 생겼는데 모두가 모른다는 침묵이다.
법률용어에 형사소송에 있어서 공소제기를 받은 사람을 ‘피고인’이라하고 범죄의 혐의는 받고 있으나 아직 공소 제기가 되지 아니한 용의자를 가리켜 ‘피의자’라 한다. 그런데 피고인이나 피의자가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 그것을 묵비권이라 한다. 진술은 잘못 하면 안 하는 것 보다 못하며 자칫하면 불리한 상황에 몰리게 되고 불이익을 초래한다. 요즘 사회에 신조어로 ‘아는 바보’란 말이 있다. 모든 것을 알면서도 괜히 나서다가 큰 화를 입게 되는 일이 생기면서 절대 모른 척 한다는 것이다. 길거리에서 간혹 시선을 끄는 현수막이 종종 등장하는데 ‘사고 목격자’를 찾는다는 광고가 눈에 띈다. 그런데 그런 사건에 나서서 증언을 하다가 낭패를 당하고 죽을 고생을 했다는 후문이 들렸다. 증언은 ‘증인의 진술이나 사실을 증명하는 말’이므로 아무리 사실대로 얘기해도 어느 한 쪽은 피해를 당하는 자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쪽에서부터 온갖 흉작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증인은 평생을 두고 곤욕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가정에서도 조그마한 사건(?)이 생기면 부모는 자녀들을 불러 모아 놓고 누구의 소행인가를 따지고 고함이 오가지만 절대 그 일에 대한 소행자는 나타나지 않고 모두가 모른다고 입을 굳게 다문다. 묵비가 아니라 침묵이다. 그 때는 침묵이 상책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입다무는 것이 제일일 때가 자주 있다. 그래서 성서에도 “입에 자갈을 물리면 목숨을 지키지만 입을 함부로 놀리면 목숨을 잃는다. 어리석은 사람도 잠잠하면 지혜로와 보이고 입을 다물고 있으면 슬기로와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침묵은 ‘만병의 약’이요, 웅변은 은(銀)이고, 침묵은 금(金)이라 한다. 금메달이 더욱 값지고 자랑스럽다. 그러나 침묵 속에는 묘한 뉘앙스가 있기도 하다. “침묵은 현명한 자에게는 충분한 대답이다. 침묵은 때로는 승낙의 표시이며 동의를 나타낸다”
손경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