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50대 이상의 국민들은 대가족제도의 가정에서 성장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3대가 한 가정에서 자라면서 삶이 층층시하였다. 매일같이 어른들의 잔소리와 간섭 밑에서 성장 했기에 그 말씀을 늘 교훈이요, 약으로 여겨왔다. 아무래도 연세가 많으시면 살아온 경험이 풍부해서 다소 심한 조치가 있어도 항상 순종하며 살아왔다.
그런 생활을 요즈음에 와서는 간섭으로 여기는 경향이 많아 사회상이 달라지고 있다. 필자도 팔남매 가정에서, 위로 어른이 많아서 항상 간섭을 받아오면서 그런대로 곧게 살아왔다. 어른의 말씀이면 그것이 곧 명령이요, 순종이었다. 사람은 나이 많이 먹은 사람이 최고다. 물론 계급사회는 상하가 있고, 학교에서는 선후배가 있으며 명령계통에는 서열이 있다.
직접 관계없는 일을 부당하게 참견하는 것을 ‘간섭’이라 한다. 옛날에도 부모・형제의 간섭은 약이요, 교훈으로 삼고 오히려 간섭 받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요즘 사람들은 간섭받기를 무척 싫어한다.
사회학자 프롬은 ‘소유냐, 삶이냐’란 글에서 “어린이와 그 후의 성장과정에 타율적인 간섭은 모든 정신병리, 특히 파괴성향의 가장 깊은 원인임을 내타내고 있다. 한 곳으로만 통하는 외곬수는 간섭은 절대 금물이다. 남의 말은 전혀 듣지 않고 제 주장만 고집하는 자에게는 폭발의 위험성이 많이 존재한다” 일찍이 한비자의 철학에 “위에서 눈을 사용하면 밑에서는 보이는 것만 꾸민다. 위에서 귀를 사용하면 밑에서는 곧 소리를 꾸민다” 이 말의 뜻은 웃사람이 너무 자지레한 데까지 신경쓰고 간섭하면 아랫사람은 겉치레만 한다는 것이다.
현대인은 모두가 고등교육을 받은 유식자이므로 남이 간섭하는 것을 싫어하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판단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지식인이라서 간섭하기도 싫어하고 받기는 더 더욱 싫다. 이제는 개인보다는 단체나 집단에서는 그러한 진도는 이미 지난 상태다. 나와 남의 관계에 이해가 있어 더욱 피하는 것이다.
“남의 집에서 된장찌개를 끓이든 청국장을 끓이든 상관하지 않는 것처럼 간섭할 필요가 없습니다” 말씀을 듣고 있던 한 쪽은 “맞는 말씀입니다. 사람의 가장 큰 허물은 언어의 허물입니다” 종교계의 두 대표가 나눈 덕담이다. 다종교 사회의 전통을 갖고 있는 나라이므로 정신적, 도덕적으로 같이 협력하고 봉사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가는 곳이 다르고 목적지가 서로 다른 것인데 간섭 없이 함께 제갈 길로 가자는 것이다.
간섭은 주장에서 나온다. 주장은 ‘자기의 주의나 의견을 굳이 내세우는 생각과 행동’이기 때문에 간섭의 효과는 별로라 여겨진다. 우리 속담에 “양주 밥 먹고 고양 구실한다” 자기 일은 처리도 못한 놈, 남 간섭한다.
손경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