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에 강요가 없다면 순수한 것이다. 그리고 희생에는 반드시 한쪽은 손해를 보고, 또 한쪽은 손해를 입기도 한다. 적은 것이던, 큰 것이던 재산이나 가진 것을 나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어려운 일이다. 거기에는 반드시 헌신과 희생의 각오가 따라야 한다. 그리고 인색한 마음이나 아까운 마음이 생기면 결코 해낼 수 없는 힘든 일이다.
요즘 방송에 자주 거론되는 불우한 이웃을 위해서 ‘나눔의 행사’가 보도될 때 세상은 결코 삭막하지만은 아닌 것 같다. 생전 알지도 못하고, 먼 피붙이도 아닌데 거액을 기증하는 것을 보면 우리의 마음도 앞서 안달이 난다. 나는 할 수 없을까?, 나는 왜 안되는가? 자괴감을 느낄 때가 문득문득 생겨난다.
신체의 일부도 나눈다. 장기를 기증한다는 것은 내 몸을 희생 시키고 헌신하는 영웅적 결단이다. 기증은 주는 것만이 아니다. 그 속에는 애정과 결단, 그리고 희망이 내포된 것이다. 헌신과 희생이 있어 더욱 값진 것으로 귀하다. 지난 구정을 앞두고 30대 장래가 촉망되는 한 엘리트 청년이 창업을 준비하면서 새벽까지 과로한 탓인지 뇌출혈로 그만 쓰러졌다. 죽음을 예감한 가족들은 뇌수술을 해도 깨어나지 못하거나 식물인간이 될 아들에게 더 이상 고통을 주고 싶지 않자 수술을 포기하고 뇌사 판정에 가슴을 쥐어뜯었다. 평소에 장기이식을 희망하던 가족들처럼 막상 기로에 선 안타까운 심정에 가족들은 번민하게 되었다. “장기를 기증하면 아들이 좋아할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결국 아들의 모든 장기와 조직을 내놓기로 전 가족이 합의한 것이다. 마침내 최종 뇌사판정이 내려졌고 만성신부전증으로 가가8년, 10년간 신장 이식을 기다려온 30, 50대 남성이 신장을 하나씩 받게 되었다. 양쪽 각막은 70대, 40대 여성에게 하나씩 이식됐다는 것이다. “젊고 건강한 장기를 받았기 때문에 수술 결과가 좋아 순조롭게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뼈・피부・심장 판막 같은 조직도 기증해서 앞으로 피부 이식이 필요한 화상환자나 뼈 이식을 해야 하는 골수암 환자 등 수십명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값진 희생과 헌신, 그리고 봉사정신이 아니고서는 결코 성취할 수 없는 일이다. 희생 없이는 기대하는 희망을 창조할 수 없다. 비록 죽음을 맞이한 청년이었지만 자기를 희생하는 만큼 수십명에게 삶과 희망을 준 것은 행복한 죽음이다. 희생이란 자아를 보다 더 높은 지위에 있는 어떤 자에게 친절하게 봉사시키는 일이지 결코 인간의 정신적, 도덕적인 자아를 주장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촛불은 자기 몸을 태워 불을 밝힌다. 장기기증은 몸과 마음을 바치는 헌신이다. 헌신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고 전체를 위한 자기희생이다.
손경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