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번역돼 국내에도 소개된 ‘독재자의 핸드북’이라는 책이 관심을 끈다. 뉴욕대 정치학과 교수 두분이 쓴 이 책은 독재자의 사례를 집중연구, “독재자는 자신을 지지하는 최소한의 핵심집단을 확보하고 그들에게만 보상함으로써 권력을 유지해 나간다”고 결론지었다. 마키아밸리가 군주론을 통해 권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한데 비해 독재자의 핸드북은 구체적 방법을 탐구해 관심을 끌고 있다. 지금 지구상에서 독재자로 군림하고 있는 많은 국가의 지도자들을 독재자의 핸드북에 대입해보면 모두가 맞아 떨어지는 정형을 찾을 수 있어 흥미를 더하고 있다. 이 책은 북한의 인권문제가 전세계적 관심사가 되고 있는 요즘 더욱 관심을 모은다. 북한의 인권이 최근들어 더욱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들어가서 까지 탈북자들을 검거해 본국으로 송환하는 전방위적 체포작전에 국내의 인권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고 그들의 그같은 반발이 마침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의원은 북한인권을 위해 단식농성을 벌였으며 유명탈랜트 차인표씨등도 시위에 가담했다. 중국대사관 앞에는 연일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우선 북송위기에 있는 31명에 대해서라도 대책을 세워주길 바라고 있다. 이같은 국내 인권단체의 움직임은 국제사회에도 영향을 끼쳐 미국의 주요언론들이 한국과 중국정부의 탈북자에 대한 협상결과, 국내인권단체들의 시위내용등을 비중있게 보도하기 시작했다. 한국정부가 중국정부에 탈북자들을 체포하거나 북으로 송환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나선 내용이 보도되고 북송된 탈북자들은 반역자로 낙인찍혀 교화소에서 강제노역을 당하거나 정상적인 재판절차없이 처형되기도 한다고 보도하고 있다. 탈북자문제로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차별 탈북자 검거선풍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근본적으로 다루는 계기가 된 것이다. 우리정부도 사실상 그동안은 한중외교문제등을 감안, 탈북자문제에 그다지 깊이 관여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져 어떤 방법으로든 피해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아직도 북한인권에 관한한 두손을 놓고 있다. 지난 2005년 발의된 북한인권법은 제대로 심사한번 못해본채 먼지만 쌓여있다. 이 법안은 북한이탈자 보호지원법과 함께 18대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자동폐기될 위기에 놓여있다. 야당이 북한인권을 국회가 다루면 남북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많다며 꺼려왔고 그같은 야당의 반대에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한 여당의 우유부단한 태도가 빚은 결과이다. 북한인권법은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도 채택하고 있는 법률이지만 정작 우리는 법률하나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채 문제가 있을 때마다 인권운운하는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 이번 탈북자에 대한 대대적인 북한송환도 우리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체제를 갖추고 있었더라면 중국의 일방적 대북우호적 자세를 크게 완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인권단체들의 주장에 공감이 가는 것이다. 북한의 현 실정은 ‘독재자의 핸드북’에 대입하면 그대로 맞아 떨어진다. 극소수의 정치집단에 의해 움직이는 북한은 인권에 관한한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나라이다. 이제는 우리가 그들의 인권에 반응하고 대책을 세워나가야 할 때이다. 특히 중국이 북한인권을 저해하는데 한 축을 이루는 행위는 우리가 막아야 한다. 거기에는 모든 외교적 노력도 포함돼야 한다. 박선영의원의 단식과 차인표씨의 시위는 우리사회의 북한인권에 대한 일대 자각을 요구하고 있다. 인권이 인류의 가장 보편적 가치라는 원론적 지위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과거 우리가 겪었던 고통을 생각한다면 북한인권은 가장 절실한 문제이다. 중국대사관앞의 시위는 중국이 전향적 자세로 바뀔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아울러 북한인권에 대한 정치권의 무감각도 이번 국회로 끝나야 할 것이다. 변 린(객원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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