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유역은 참 넓고 방대하다. 길이로 510km, 경북과 대구, 부산, 경남등 5개 광역시도가 유역에 자리잡고 27개 기초자치단체가 강을 중심으로 도시를 이루고 있다. 강줄기를 따라 넒게 펼쳐진 들은 비옥한 토질로 예부터 농업이 발달했고 사람들이 모여 취락을 이루었다. 모든 문명의 발상이 그러하듯 낙동강 유역에서는 구석기시대에서부터 신석기, 청동기, 철기문화가 마치 나이테처럼 켜켜히 쌓여 지금도 곳곳에 유적으로 남아있다. 일찍이 신라가 건국하여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는 천년왕조를 구축하였으며 꽃피운 문화의 흔적들은 경주를 비롯 경북과 경남 곳곳에 산재해 있다. 강의 자양분은 국토를 기름지게 해 산업이 발달했고 강주변의 동쪽 축은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루는 핵이 되었다. 그러나 낙동강은 질곡과 고통을 안겨주기도 했다.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강의 범람으로 목숨을 잃거나 재산을 버려야 하는 고난을 겪었으며 그 질곡은 강줄기를 따라 길게 이어졌다. 민족상잔의 전쟁때에는 강을 중심으로 남북이 대치, 지루하고 긴 공방으로 수많은 희생자가 나왔으며 낙동강전투라는 전쟁의 역사를 기록하기도 했다. 낙동강이 이제는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강살리기로 주변이 깨끗하게 정비되고 그토록 지긋지긋했던 홍수피해에서 벗어나게 됐다. 수많은 반대속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어 완공한 강살리기는 강이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가까이 하면서 강의 자양분을 마음껏 누리는 고마운 존재로 다가선 것이다. 강을 따라 넓은 수변공간이 생기고 우거진 숲이 들어선다. 상류에서 강이 바다로 유입되는 부산앞바다까지 자전거길이 뚫어져 누구든지 애용할 수 있게 됐다. 강살리기의 가장 큰 혜택은 홍수조절 능력이다. 안동댐과 남강댐이 그동안 그 역할을 해왔으나 집중호우에는 감당이 어려웠다. 공사가 완공된 후 일부 보에서는 세굴현상이 생기는 등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강살리기의 최대 성과는 그렇다. 이제는 강살리기 이후 강을 어떻게 이용하고 성과를 극대화 하느냐는 과제가 남은 것이다. 28일 경남도에서 열린 낙동강 정책협의회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뜻깊다 할 것이다. 4개광역단체와 유역 27개 기초단체장이 모두 참석한 이날 협의회는 낙동강권 상생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앞으로 시행해야 할 지류하천 정비사업과 국가하천 시설의 유지관리를 국비지원으로 해줄 것을 건의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완공한 강을 잘 보존하고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조치이다, 참석자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낙동강문화의 전성기를 구가하기 위해 낙동강연안권 균형개발과 물관리시스템의 체계화, 홍수총량제도입 등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이런 제도의 도입에 앞서 용역을 실시하기로 해 강유역발전에 첫 발을 내디녔다. 이날 회의의 최대성과는 낙동강 510km를 상징해 매년 5월10일을 낙동강의 날로 지정해 연안지자체가 공동으로 기념하고 발전을 꾀하자는데 합의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강을 기념하는 날로서 앞으로 강과 관련된 각종행사와 연안도시의 공동발전을 위한 사업등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낙동강을 끼고 있는 안동과 진주는 우리나라 성리학의 두 거두가 터잡고 후학들을 양성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퇴계 이황은 벼슬길에 올랐지만 후학양성에 더 노력을 기울여 동인과 남인은 물론 북인에 이르기 까지 그를 따르는 사람이 많았으며 지금은 안동에 도산서원이 있다. 진주의 남명 조식은 평생 벼슬을 않고 후학양성에 매진하면서 경의사상을 고수했으며 그의 후학들을 스승의 뜻을 따라 벼슬은 멀리하면서 임진왜란이 발발했을 때 의병으로 나라를 누란의 위기에서 구한 특징을 갖고 있다. 두 성리학의 거두는 같은 시절에 태어나 낙동강을 남북으로 두고 학문에 일가를 이뤄 국가발전에 이바지해온 인물로서 오늘날 이들의 학문적 성과는 물론 후대에 남긴 업적을 비교분석해 본다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낙동강지역의 상생과 균형발전의 첫 사업은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의 성리학과 오늘을 주제로 삼은 학술적 교류로 삼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균형발전은 동질성은 갖되 획일화되지 않은 창의와 지역 문화적 정서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변 린 (객원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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