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일 다 알고 다 관여한다면 정말 골치 아픈 세상이 될 것이다. 보아도 못 본채하고, 들어도 못들은 척 한다는 세상이다. 아는 것 다 얘기하자면 끝이 없고, 배운 것 다 써먹자니 그것 또한 간섭이요, 남보다 앞서는 것 같아 욕 얻어먹을 형편이다. 그래서 아는 척, 모르는 척 하는 말이 생겨났다. 고등동물이요,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은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지혜도 익히고, 경험도 쌓는다. 그렇게 노력하지 않으면 어떤 일에 전문가가 될 수 없다. 그냥 두면 곧 잊어버리고, 기술은 퇴화된다. 어떻게 말하면 인간은 무식의 몸체이며, 노력과 연마를 통해서 진보하고 발전하는 존재이지, 결코 천재적 자질을 가진 것은 아니라고 한다. 교육과 훈련 그리고 반복과 경험에서 새로운 발전과 진보를 자아낼 수 있는 것이 인간인지도 모른다. 지식이나 식견이 없는 사람을 무식(無識)하다고 해서 관공서나 어떤 기관에서도 자신을 가리켜 ‘무식의 소유자’라고 말하면 대개 쉽게 용서해 준다. 둥근 세상 잘난 체 하기보다는 가방끈이 짧다든지, 학교교문 근처에도 못 가봤다고 하면 측은하게 여기고 일이 잘 풀린다. 철학자 소크라테스처럼 살았으면 마음 편하겠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오직 한 가지, 그것은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다. 오히려 무식이 모든 재산의 어머니이다. 공정사회라 하지만 아직도 차별이 많다. 학력차별이 있고 학교차별도 있으며 경험차별도 있다. 어느 회사의 사원모집 광고에 그 분야에 5년 이상 종사자, 따위이다. 요즘 세태에 ‘아는 바보’란 말이 있다. 뻔히 잘 알면서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약이 되고 잘난 척하다가 고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 그 많은 사건․사고에 목격자가 있지만 증인 서는 것을 귀찮게 여기고 증인을 잘 못하면 위증이 되고 한쪽은 유리하고 한쪽은 불리해 지는 경우가 있어 도무지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국 속담에도 ‘아는 체 하는 것보다는 무식한 편이 낫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무식이 지혜의 결여를 의미하지도 않으면 지혜가 천재의 증명이 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무식은 착각보다는 낫다고 한다. 그릇된 것을 믿는 것보다 아무것도 믿지 않는 사람이 보다 진실에 가깝기 때문이다. 물론 학문이나 경험 등이 많은 유식한 사람은 정말 위대한 지도자가 된다. 자칫 무식한 것에 빠지게 되면 진보와 발전은 안된다. 무식한 사람일수록 흥분을 잘하고 어떤 일을 결정함에 있어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틀리게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고 있는 것이 낫다’라는 말도 있다. 정치계에 있어서도 대답하기가 민망스러우면 “잘 모르는 사실” 이라면서 순간을 회피하는 처지를 더러 본다. ‘모난 돌이 절망맞는다’고 나서기 보다는 수그리는 것이 일시 모면이다. “남은 다 아는데…” 소경의 나라에서는 소경이 왕이다. 손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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