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은 수입만 하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대형마트에는 돌, 델몬트, 썬키스트, 제스프리 상표를 단 수입 과일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또 모르는 것이 있다. 우리 과일도 외국에서 꽤 인기가 있다. 대만에 가면 우리 배처럼 인기 있는 과일이 없다. 즙이 많고 달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수출을 시작한지 10년이 조금 넘은 단감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백화점에서 고급 과일로 팔린다.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맛을 좋아하는 시장을 잘 공략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영국에 처녀 수출한 감귤은 모리슨 백화점에서 최고 가격표를 붙이고 진열했는데, 순식간에 동이 났다. 영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과 감귤이 없는 시기의 틈새시장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가 포니를 수출하기 이전에는 우리나라도 오징어, 누에고치, 돼지털, 가발, 합판 수출이 고작이었다. 그러다가 포니가 미국에 수출되면서 국제수준의 수출시스템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포니는 외국의 디자인과 엔진으로 만들었다. 이탈리아 이탈디자인이 해치백으로 디자인하고 미쓰비시사의 직렬 4기통 새턴엔진을 얹은 것이 포니였다. 이제는 에쿠스가 자체 개발한 디자인과 엔진으로 미국 시장에서 BMW, 벤츠, 렉서스와 같은 고급차와 경쟁하고 있다. 포니 수출은 ‘70년대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자동차 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자리 잡게 한 좋은 예이다.
농산물이 수출산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적다. FTA가 체결되었다고 하면 농산물의 피해를 걱정하기 바쁘다. 사실 툭하면 배추 부족으로 파동이 일어나고 과잉 생산되면 가격이 폭락하는 것이 우리 농업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농산물도 자동차 못지않은 수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단지 수출을 위한 시스템 부족이 흠이었다.
그 시스템은 정부가 R&D사업으로 지원하는 농식품수출연구사업단이 시작되면서 하나씩 갖추어지고 있다. 기술이 쌓여야 수출한다는 것은 자동차나 농산물이나 마찬가지이다. 국제 기준에 맞는 제품을 잘 만들고 시장을 개척하고 수출하는 것은 자동차나 농산물이나 같기 때문이다. 오히려 장기간 운송하면서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농산물이 더 복잡한 기술을 요구하기도 한다.
사과수출은 ‘06년 이후 8배 넘게 규모가 커졌다. 배는 2배 가까이 수출량이 많아졌는데, 기존의 대만뿐만 아니라 미국으로 수출하는 양을 합치면 3만 톤 가까이 된다. 단감은 생산량의 10%를 수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수출창구를 단일화하는 디딤돌을 하나씩 쌓고 있다.
감귤은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영국에 수출하는데 성공했다. 농산물 수출로는 최장기간인 45일 넘게 배로 운송했지만 부패율을 5% 이하로 낮추는 성과를 얻었다. 국내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받았으니 가락동 시장처럼 영국도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에서 남은 농산물을 수출한다고 생각하면 실패한다. 자동차와 전자제품 못지않은 기술 집적과 일괄 생산관리 체계와 농산물 수출 전문 농업인이 필요하다. 농산물 수출에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잠재력이 있다는 것은 과거에는 없었던 농산물 수출 관련 기술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2만 여개의 부품이 모듈방식을 통해 조립공정이 진행된다. 그래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틀에 찍어내듯이 자동차가 생산된다. 수출연구사업단의 연구도 국제규격에 맞는 수출 농산물을 만드는 기술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감귤, 사과, 배, 단감수출사업단이 추진하는 일괄관리 수출체계인 글로벌 GAP 생산관리, 검역, 잔류농약, 선도유지 기술들은 우리 농산물을 국제 수준으로 높이는 기반이 될 것이다. 그래서 현대 자동차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 농산물도 세계 곳곳의 백화점 진열대를 채울 수 있을 것이다.
현해남 제주대 교수(감귤수출연구사업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