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산과 강이 두루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사람과 자연, 모두 불행하다. 불과 50~60년 전만 해도 우리의 산은 헐벗어 비가 오면 무너지곤 했다. 그 어렵고 가난했던 시절, 우리의 부모세대는 손수 나무를 심어 지금의 푸른 숲을 만들었다.
산을 찾는 인구가 연 2000만명을 헤아리고 아웃도어라는 새로운 시장이 개척됐다. 새로 태어난 청계천은 서울시민의 문화휴식 공간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시민들의 정서적 안정과 시장경제 유발효과가 연 3조원대에 달한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기계로 농사를 짓고 자동차로 농산물을 나르고 한겨울에도 따뜻한 물이 나오는 현대식 부엌에서 살림살이를 하고 주말이면 산으로 나들이를 떠나지만 강은 여전히 그대로 방치돼 있다.
방치됐던 강이 한 번씩 성을 내면 물난리를 겪고 10년 농사에서 3년의 풍년으로 겨우 거지신세를 면했다고 한강변 여주군 농민은 말한다. 가을부터 강에 물이 마르고 수질이 악화되어 물고기를 잡아도 먹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쓰레기를 강가로 갖다버려도 아무런 죄책감을 가지지 못했다.
하지만 4대강사업을 통해 우리의 강은 새로워졌다. 불가피한 희생도 있었고 불행도 있었다. 강을 메운 모래 일부를 걷어내니 지난해 여름 큰 비에도 물길이 버텨줬고 강의 실루엣은 한층 선명하고 유려해졌다. 수질 개선 사업과 16개 보를 통해 한겨울에도 풍부한 물이 강을 채우고 있다. 날로 심각해지는 이상기후의 징후들 속에서 여간 안심이 아니다.
이제 전국 어디서나 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하고 자녀들이 야구시합을 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다. 연인들은 보의 공도교를 통해 강 위를 걷고 가족들은 강변의 캠핑장에서 밤을 지새운다.
지난 설날과 정월대보름,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윷놀이를 하고 연을 날리니 정말 재미있었다고, 주말이면 강이 있는 할아버지 댁으로 자전거 타러 가자고 손자들은 말한다.
낙동강이 정비되니 수상비행장을 짓겠다고 하고 영산강이 정비되니 물길을 따라 황포돛배가 복원됐다. 금강이 정비되니 낙화암 푸른 물이 역사의 현장을 증언하고 한강이 정비되니 수상레포츠 관광개발을 하겠다고 한다. 세계의 수자원 관료들이 4대강사업을 부러워하고 자전거 마니아들은 한국의 4대강 자전거길을 달리고 싶어한다.
사람만이 아니다. 경작지가 제거된 강변에 사방에서 모여든 풀씨가 새로운 삶을 펼치고 있으며 속이 깊고 눈앞이 맑아진 물 속 물고기들도 더불어 몸집이 커졌다. 주저하던 새들도 아예 자리를 잡고 물고기 사냥을 하며 단양쑥부쟁이는 지난 가을, 새로운 정착지에서 연보라 꽃송이를 한밭으로 피워냈다.
습지 안쪽으로 샛강을 터주니 물고기는 산란을 위해, 고라니는 물을 먹기 위해 숨어든다. 공사로 인한 상처가 없을 수야 없겠지만 4대강사업으로 인해 맑고 풍부한 물 환경이 보장돼 수생태계도 더불어 살아날 것이다.
지난해 9월24일 공식적인 개방을 시작한 이래 겨울철임에도 200여만명이 4대강을 방문했다. 한강이포보캠핑장은 벌써 자리전쟁이 시작됐다. 강으로부터 당연히 누려야 하는 보건, 휴양, 생태적 서비스를 우리 국민들은 이제 막 체험하기 시작한 것이다. 언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즐거운 마음으로 강변에 모인 적이 있었던가.
강도 소중한 자원이며 적절한 관리와 투자는 그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교훈을 우리 사회는 깨닫기 시작했다. 일자리 창출, 국민 보건과 휴양, 생태적 서비스 등 4대 강의 효용은 이제부터 창조돼야 한다. 우리의 산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강이 파생하는 다양한 혜택을 우리 미래 세대가 누릴 것이다. 강변시대의 막이 올랐다.
차윤정 4대강 추진본부 환경부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