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모든 것에 채워져 있지 않고 비어있다는 것은 허전하고, 어디엔가 불안을 느끼고 궁금증이 생긴다. 그래서 마음도 허허로움을 느껴, 빈 잔이니, 허공이니, 빈 배 같은 용어에서도 아쉬움을 그대로 표현하게 된다. 겨울이 삭막하게 느껴지는 것도 산야는 나목으로 앙상하고, 세찬 바람이 모든 것을 흩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은 그릇과 같다고 한다. 빈 그릇은 깨어지기도 쉽고 어디에 둘 곳도 마땅찮다. 모든 사람들이 봄, 가을을 좋아하는 이유도 봄은 채우기 시작하는 계절이요, 가을은 채움의 결과라서 풍성함을 나타낸다. 모든 사물은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아름다움을 느끼고, 제자리에 있어야 안전하고 든든하다. 있을 곳이 비어있다면 마음부터 상하기 쉽다. 서양 속담에도 빈 자루는 설 수 없다고 한다. 필자는 수년 전에 북유럽5개국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그리고 러시아를 여행한 적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감명 깊은 방문자는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였다. 여러 날 피요르드(빙산이 녹아 내린 강)와 세계 5대 미항중 하나인 베르겐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어 여행의 단맛을 한참 느끼고 있을 무렵이었다. 모든 인류의 꿈의 무대인 노벨상 시상이 거행되는 현장을 가 보았다. 시상대에 올라 기념사진도 찍고 식장 내부도 둘러보면서 정말 위대한 인물이 된양 그 분위기 마저 숙연한 곳이었다. 2010년 11월10일 노벨 평화 시상식이 거행되었지만 진작 주인공인 중국의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는 없었다. 그는 여전히 차가운 감옥에 갇혀 있었다. 노벨위원회는 중국에 항의하는 뜻에서 두 개의 빈 의자를 놓고 시상식을 거행한 것이 전 세계에 중계되었다. 가족의 대리 수상도 허락하지 않는 중국 정부의 비난이 지구촌을 흔들고 있었다. 32년 전 중국 개혁개방의 문을 연 등소평은 “재주를 감추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르자”했지만 지금 중국은 패권주의적 자만에 빠져 나라들 사이에 금이 가고 있다. 중국은 류씨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인터넷 검열과 민주화인사 탄압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자유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은 과연 이런 중국과 상생할 수 있을 지 의문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2시간 동안 거행된 시상식 행사에 금메달과 증서를 빈 의자에 올려놓고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중국이 돈이면 다 된다는 ‘천민자본주의’로 인권 탄압을 계속한다면 중국의 장래에는 결코 희망이 없다. 세계의 민주 진영은 힘을 합해 일당 독재와 부패, 국수주의와 오만으로 똘똘 뭉친 ‘중국의 세기’를 거부할 것이다. 야글란 위원장은 시상식 연설에서 “류씨는 단지 자신의 공민권을 행사했을 뿐이므로 곧 석방되어야 한다”는 말에 기립박수가 있었다고 한다. 손경호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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