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마다 그 나라를 대표하는 스포츠가 있는데 그것을 국기(國技)라 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국기는 씨름이고, 일본은 스모, 그리고 영국은 크리킷트(야구의 일종), 케냐는 마라톤이고, 필리핀은 농구이다. 그러한 스포츠는 그 나라의 국민성 기질이나 풍습과도 관계가 되기도 하고 하나의 자랑으로 여기며 전통을 이어 오고 있다. 물론 시대가 바뀌고, 문화가 달라짐에 따라 국민들이 선호하는 운동도 바뀌기도 하고 인기도 달라진다. 우리는 씨름에서 야구로, 일본도 스모에서 유도, 야구로 그리고 유럽의 많은 나라들도 이제는 축구에 광이 되고 있다. 그러나 오랜 전통으로 변치 않고 있는 스포츠가 있다면 캐나다의 아이스하키와 미국의 슈퍼볼이다. 슈퍼볼이라고 불리는 미식축구는 우리에겐 생소한 것 같지만 우리나라에 도입 된지도 60년이 된다. 승부의 요체는 땅따먹기다. 팀당 11명씩 길이 120야드, 폭 53과 3분의1 야드 그라운드에서 싸움이 시작된다. 선수들은 공격과 수비로 전문화돼 있다. 공격팀은 4번 공격해 10야드(9.14m) 이상 전진하지 못하면 공격권을 놓친다. 매 공격을 다운(down)이라고 하며 10야드 이상 전진하면 4번의 공격권을 가진다. 공격 때 선수가 태클을 당해 넘어지거나 볼을 놓치면 볼은 데드(dead), 볼을 든 선수의 무릎이 땅에 닿아도 볼은 데드가 된다. 프로야구 메이저리그(162경기)나 프로야구(82경기)에 비해 훨씬 적은 16경기이다. 슈퍼볼 역시 단판 승부다. 경기 수가 적다는 건 매 경기가 결승전이나 마찬가지란 얘기다. 5천달러(약 569만원)가 넘는 입장료를 내고 슈퍼볼을 즐기는 이유는 ‘짧고 강렬한 축제’를 통해 개척자의 정신을 계승하고 한 판이라 임펙트(impact)가 강렬해 모두가 흥분된다는 것이다. 수 천 가지 작전으로 전개되는 경기로 바둑의 수 싸움 이상으로 치열하고 박력이 있어 짜릿한 쾌감은 직설적이면서 간단명료한 미국인의 특성에 딱 맞는 운동이 바로 미식축구인 것이다. TV시청자가 6천 만 명이 넘을 만치 광고료가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 군사학교에서는 미식축구로 전술교육을 시킨다고 한다. 공격은 크게 런, 패스, 키킹 등 세가지다. 런은 볼을 들고 뛰는 플레이로 전형적인 육군식, 패스는 적진을 향해 달려드는 와이드 리시버(wide-receiver)에게 긴 패스로 연결하는 공군전법, 런과 패스를 혼합해 좌우 사이드로 기습 공격하는 것은 해병대 스타일이 함축된 경기이다. 미식축구는 할리우드 영화와 자주 비교되는 것은 거친 몸싸움과 폭력성에 더욱 매료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국기(國技)인 씨름이 우리의 국민성을 닮은 것과 같은 성격의 스포츠로 보면 잘 이해가 된다. 손경호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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