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새로운 4번 타자 홍성흔(36)의 방망이가 심상찮다. 홍성흔은 15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4타수 4안타 3타점 1볼넷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타구의 방향도 부챗살과 같았다. 이날 홍성흔이 기록한 4개의 안타 가운데 좌전 안타가 2개, 우전 안타가 2개다. 뿐만 아니라 올 시즌 홍성흔의 10개 안타는 각각 좌측 3개, 좌중간 2개, 우측 4개, 내야 1개로 쾌조의 컨디션을 뽐내고 있다.
특히 1-0으로 앞선 5회 2사 만루에서 두산 세 번째 투수 고창성을 상대로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작렬시켜 승부의 향방을 결정지었다. 두산 1루수 윤석민의 옆을 스쳐가는 우익선상 안타였다 홍성흔은 경기가 끝난 뒤 중계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3타점 2루타 상황에 대해 "에러일까 안타일까 신경이 쓰였다"면서 "변화구를 노리고 있었는데 고창성이 바깥쪽 승부를 들어왔다. 습관적으로 방망이가 나갔는데 운이 따랐다"고 밝혔다.
15일까지 홍성흔은 타율 4할(4위), 1홈런 8타점(2위) 장타율 6할(4위) 출루율 4할6푼7리를 기록 중이다. 또한 득점권 타율도 5할로 4번 타자로 부족함 없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홍성흔은 공격지표 전 부문에서 리그 선두권을 형성하는 것과 동시에 팀 내에서도 타율, 타점, 장타율 등에서 첫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 정도면 이대호가 떠난 뒤 롯데의 새로운 4번 타자로 손색없는 성적이다. 시즌에 돌입하기 전 홍성흔은 4번 타자라는 자리에 부담을 가지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4번 타자가 아니다. 팀의 네 번째 타자다", "그 어떤 선수도 이대호를 대체할 수 없다.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할 뿐"이라는 홍성흔의 말은 그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시즌을 준비했는지 알 수 있게 해 준다.
마음은 비운 대신 홍성흔은 겨우내 타격폼 수정에 힘을 쏟았다. 지난해 홍성흔은 방망이를 시계추와 같이 흔들며 타이밍을 잡았지만 올해는 타석에서 정중동의 자세로 공을 기다린다. 특히 왼쪽 어깨는 벽을 기대고 있는 듯 열리지 않으며 타격을 한다. 장타 양산보다는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다.
4번 타자는 장타력이 중요하다. 이러한 가운데 홍성흔은 장타력을 극대화하는 타법 대신 컨택 향상을 택했다. 방송 인터뷰에서 밝힌 "몸 속 이대호를 버리겠다. 대신 힘을 빼는데 주력하겠다"는 홍성흔의 말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미 홍성흔은 여러 차례 "나는 이대호가 될 수 없다. 나와는 다른 타입의 타자"라는 말로 무리한 장타 사냥보다는 득점 기회를 살리는데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날 역시도 그는 "장거리포가 아니라 내 스타일로 공격하는 것이 도움이 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대호가 빠졌어도 롯데 타선은 여전히 강하다. 팀 타율·장타율·출루율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까지 롯데를 괴롭혔던 '4월 악몽'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이 4승 1무 2패로 단독 2위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새로운 4번' 홍성흔이 있다. 무한변신을 거듭한 홍성흔의 올 시즌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