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뽑은 용병 한 명이 국내 선수 열 부럽지 않다. 이번 시즌 K리그 성적표를 들여다 보면 외인들의 활약에 따라 팀 성적이 궤를 같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2일 열린 경기서 울산은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마라냥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인천에 1-0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고, 성남도 해트트릭을 올린 에벨톤의 원맨쇼에 힘입어 광주에 4-2로 승리했다. 현재 K리그가 9라운드까지 진행(울산과 서울의 9R는 오는 25일 경기)된 가운데 10위권에 포진한 팀 중 1~4위 팀인 수원-제주-울산-서울을 비롯해 6위 포항과 8~10위 팀인 광주-성남-대구는 올해 용병 농사에서 풍년을 맞았다. 반면 하위권(국내파로만 구성된 공동 13위 상주 제외)에 포진한 11위~16위 강원-전남-경남-인천-대전은 용병 흉년으로 올시즌 어려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용병들이 기록한 골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우선 1~2위팀인 수원과 제주 3명의 용병 선수들은 그야말로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수원의 라돈치치(6골)-스테보(2골)-에벨톤C(2골)로 이루어진 공포의 삼각편대는 팀이 기록한 13골 중 무려 10골을 책임지며 수원을 선두에 올려놓고 있다. 용병 얘기만 나오면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나오는 팀이 또 있다. 16개 구단 중 최다득점(17골)의 화력을 자랑하는 제주는 산토스(5골)-자일(3골)-호벨치(2골) 라인이 10골을 책임지며 돌풍을 이끌고 있다. 이외에도 서울의 몰리나(5골)-데얀(3골) 콤비와 포항의 지쿠(6골)-아사모아(2골)도 팀 득점의 반 이상을 책임지며 소속 팀을 선두권에 올려놓고 있고, 중위권 팀인 광주의 주앙파울로(4골)-복이(3골)-슈바(1골) 조합과 성남의 에벨톤(7골)-요반치치(2골) 라인도 가공할 공격력을 보여주며 상대팀 수비진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고 있다. 3위 울산은 조커로 투입되고 있는 마라냥(2골)만이 제 몫을 해줘 언뜻 보면 용병 농사가 흉작인 것으로 보이지만 에스티벤은 이번 시즌 리그 전경기(8경기)에 출전해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든든한 방어막 역할을 200% 수행하며 수치로 계산할 수 없을 정도의 숨은 공헌을 펼치고 있다. 반면 하위팀 강원-전남-경남-인천-대전은 외인들의 지지부진한 모습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 5개 구단의 용병이 9라운드까지 넣은 골은 도합 6골로 성남의 에벨톤(7골)이 혼자 넣은 골보다 적은 수치다. 이들이 하위권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 5개 팀서 까이끼(3골)-조르단(1골, 이상 경남) 시마다(1골, 강원) 바바(1골, 대전)를 제외한 나머지 용병 선수들은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있는 것. 이들 중 수비수도 있지만 부상과 체력적인 문제로 제대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가 절반에 가깝다는 것이 더욱 안타까운 현실이다. 강원의 델리히, 전남의 빠울로는 이번 시즌 단 한 번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고, 실바(1경기)와 사이먼(2경기, 이상 전남)을 비롯해 이보(1경기)와 번즈(3경기, 이상 인천)도 팀 전력에 사실상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 결국 부상으로 경기에 나오지 못하든 경기에 나와서 제 몫을 하지 못하든 팀으로서는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시즌 초반이니만큼 아직은 섣부른 예측을 할 수 없지만 용병의 활약에 따라 성적표가 달라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시즌 말미 최종 용병 농사에서 미소를 지을 팀이 어디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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